한화증권이 차명계좌를 통해 그룹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증권사들이 은행과 비교할 때 의심스러운 거래를 적발하는 시스템 구축과 보고 등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말까지 금융기관이 당국에 보고한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STR) 건수 15만1903건 중 증권사가 보고한 건수는 전체의 3.68%인 5603건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은행은 14만1227건으로 93%를 차지했다.
수신잔고에서 차이를 감안해도 증권의 비율이 낮다. 8월말 기준 한국은행이 집계한 은행계정 수신잔액은 1045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고객예탁금 13조원에 자산관리계좌(CMA) 42조원, 대고객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잔고 54조원 중 CMA분 26조원을 제외한 액수인 28조원 등을 더하면 83조원 가량 된다.
수신잔액을 기준으로 증권사들의 보고건수 비중은 적어도 7.4%는 돼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 밖에 상호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우체국, 카지노 등 기타기관의 의심스러운 거래건수는 4751건으로 전체의 3.13%, 보험이 322건으로 0.21%를 차지하는 등 제2금융권 전반적으로 의심스런 거래보고가 부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비중은 2007년 0.42%, 2008년 0.77%, 2009년 2.24%에 이어 올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의 비중은 2007년 92%, 2008년 97%, 2009년 94%로 집계됐다.
의심스러운 거래란 가명이나 차명 거래가 의심되는 거래, 단기간에 빈번한 거액 입출금 후 거래가 중단된 거래, 자금 출처와 수취인 등을 숨기려는 분산 송금이 의심되는 거래, 헌수표 교환이나 수표 묵히기 등 불법재산관련 거래이거나 거래상대방이 자금세탁행위로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는 거래를 말한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우체국 등 금융기관은 특정금융거래보고법과 범죄수익규제법 등에 따라 1000만원 이상의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으면 금융정보분석원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들어온 보고 중 시스템을 통해 요건에 맞는 10%가량을 골라내 조사한 후 이중 절반에 대해 국세청이나 검찰, 경찰 등 관계기간에 통보하거나 수사를 의뢰한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은행들은 자금세탁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골라내는 전산시스템(AML)을 구축하고 있지만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은 비용 등을 이유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고, 준법 감시 인력도 은행에 비해 적어 보고건수가 저조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에 비해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을 통해서는 아무래도 자금이체나 지급결제 등 자금이 왔다갔다하는 게 적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중요한 것은 보고건수보다는 보고의 질인 만큼, 은행의 경우에도 보고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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