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가 세계화하려면 우선 해외에 있는 한국사찰들을 조직화ㆍ체계화해 현지인 대상 포교에 나서고, 지구촌의 다른 종교와도 교류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해야 합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불교 세계화와 종교간 화합을 위한 구상을 소개했다.
자승스님은 지난 14-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불교 관계자들을 만난 후 16일부터는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관계자와 뉴욕 현지 종교지도자들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자승스님은 이날 간담회에서 "1700년간 명맥을 이어온 한국불교의 훌륭한 수행전통과 문화를 이제는 세계에 알려야 할 시점이 됐다"라고 취임 후 첫 미국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 가장 주목받는 과제는 '해외특별교구(가칭)' 설치다. 자승스님은 미국 현지의 여러 사찰을 둘러보고 현지 불교계 관계자들을 만나 이 과제를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자승스님은 "세계에 한국사찰 144개가 있고 미국에 80여개가 있지만 대부분 스님 개인의 원력(願力)이나 인연에 의해 창건됐다가 교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에만 안주하는 것이 40년 해외 포교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개인에게만 의존하다보니 체계적이거나 조직적이지 않고, 절이 사유화돼 조계종과는 거리가 멀어지거나 조계종풍이 흐려지고, 교인 나눠먹기나 절 사고팔기 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 스님이 입적하면 속가의 가족에게 절 재산이 넘어가는 등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자승스님은 또 "영어권에 있으면서도 한인 대상 포교만 해 현지에 파고들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스님들을 곧 개관할 목동선(禪)센터 등에서 재교육시켜 해외포교 일선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자승스님은 특히 "빠르면 내년 3월, 늦어도 내년 11월까지는 해외특별교구 설치를 위한 입법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승스님은 전날 낮 뉴욕의 한 채식식당에 뉴욕 종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대화한 것은 한국 불교 세계화 전략인 동시에, 큰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종교간 갈등을 해소해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종교적 노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17일 낮 조계종 방미단 스님들이 뉴욕종교계지도자들을 뉴욕의 한 채식식당에서 만났다
"세계평화를 위해 종교 간 상호교류와 존중은 필수적입니다. 세계적으로 이슬람과 기독교의 갈등이 큰 문제가 됐듯, 한국에서도 여러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갈등의 요소가 잠재돼 있습니다."
자승스님은 특히 대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교-개신교의 긴장관계를 언급하면서 "조계종으로서는 종단 차원에서 맞대응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내 방침"이라며 "다만 관련 자료들을 차근차근 축적해가면서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종교가 화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불교계가 많이 인내하고 있는 덕분"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지원에 대해 "유엔식량기구 관계자의 예방을 받고 인도적인 차원의 대북지원을 결심했고, 이에 따라 최근 대북 지원물품을 한차례 보냈다"며 "이번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면담했을 때는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지만 유엔도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불교 세계화를 위한 이번 조계종 방미단의 중요한 일정 가운데 하나가 20일 맨해튼 소호지역에서 열리는 '사찰음식의 날' 행사다. 우리 고유의 사찰음식을 조계종단 차원에서 처음으로 해외에 소개하는 행사다.
자승스님은 "사찰음식은 퓨전화한 한식이 아니라 진정한 전통음식인데다 웰빙과 체중감량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잘 맞는다"며 "사찰음식을 템플스테이와 함께 한국불교의 대표상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11월 G20정상회의도 각국 정상들에게 사찰음식과 템플스테이를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며 "서울 시내 사찰 한곳을 정해 사찰체험을 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조계사 맞은편에 있는 템플스테이 정보센터 내 사찰음식 전문점 '바루'의 체인화와 관련해 "종단이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형식으로 여러 사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종교도 일종의 비즈니스일 수 있지만 돈을 쏟아부어 투자하는 것보다는 우리 브랜드를 보급해 로열티 수익을 얻는 형식으로 사업하고 싶습니다. 강남지역에 '바루'의 분점을 낸다면 이같은 방식일 것입니다. '사찰요리자격증제'도 도입해 종단이 자격증을 발급하는 문제도 궁리 중입니다. 또 10월-11월 사이 이런 방식으로 생수(生水)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17일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면담하고 있는 자승스님과 조계종 대표단
추석 이후 연말까지 조계종은 15대 종회의원 선거에 이어 11월 종회가 개원하는 등 종단 내 중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다.
종단 내의 복잡한 정치적 구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8일 총무원장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자승스님은 오는 11월5일이면 공식 취임 1년을 맞는다.
속세 나이 50대의 '젊은 총무원장'이라는 기대 속에 1년간 총무원장직을 수행한 자승스님은 "곳곳에 일거리들이 산더미 같다"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역대 총무원에서 해결했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올해 1월 제시했던 종단발전을 위한 로드맵 중 핵심과제와 주요과제는 반드시 이루고 갈 각오입니다. 나 자신은 물론 종무원들에게도 공심(公心)으로 일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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