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천안문에서] 공정사회를 바라보는 한•중 두 시각

2010-09-19 08:17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베이징 이필주 특파원) 8·8개각으로 촉발된 인사파동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유명환 전 외교장관 자녀 특채사건은 불 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다. 국정공백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유엔총회가 다가오면서 누구를 대표로 파견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됐고, G20 회의를 준비하는데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으며 나라 체면도 많이 구겨졌다. ‘공정사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위기를 맞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인사를 잘못해 도리어 자가당착의 결과를 낳았다고 수군댄다. 보도에 따르면 특채를 이용한 일부 특권층의 인사비리가 뿌리 깊고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중국에서도 우리의 특채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터짜오먼(特招門) 혹은 저우허우먼(走後門)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되는가 하면 전문가들이 나서서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흥미차원인지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것인지 신문마다 대서특필이다.


공정사회는 중국에서도 화두이다. 2008년 기준 연간 5.4조 위안에 달하는 회색(灰色)수입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고,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가 0.47에 이르러 이미 위험수위는 넘어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흥부호에 대한 비판여론도 들끓는다. 권력과의 유착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주 대상이다. 중국의 신흥부호 대부분은 대외무역을 비롯 통신, 에너지, 부동산사업 등에 종사하며 특권을 이용해 치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년 한해 동안 최저임금이 20-30% 인상되는가 하면, 국영기업과 사영기업 간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모든 기업에 공회(工會=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사용자에 대한 노조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정책도 이어진다.
 
공평사회를 위한 전문가들의 세제개혁 요구도 드높다. 회색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안되고 상속세를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정종합소득세를 채택하자는 의견도 있고 개인소득 면세점을 대폭 인상해 저소득 계층을 보호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다보스포럼에서 빈부격차를 줄이고 공평사회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양심이라고 강조했다. 소득격차를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상황인식이다. 그 만큼 사회가 공평치 못함을 원총리도 인정한 셈이다.

지금 한국과 중국에서 벌어지는 공정론과 공평론은 물론 본질과 양상이 다르다. 한국에서의 공정성 시비는 선진사회 문턱에서 겪는 고질병 같은 것이다. 이 대통령 말대로 기회와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에 대해 승복할 수 있다. 반칙이 횡행하면 모두 네 탓만 하게 된다.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반면 중국에서 논의되는 공평사회는 주로 소득분배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창한 선부론(先富論)전환기를 맞은 셈이다. 국민소득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하면 공동부유(共同富裕)로 나아가야 된다는 지침을 덩은 이미 내놓았다. 다음달이면 열릴 중공 17기 중앙위원 5차 전체회의(中共十七屆五中全會)에서의 선택이 벌써부터 주목되는 까닭이다. chinale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