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보다 '하우스리스 푸어'가 더 걱정

2010-09-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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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유행이다. 소득수준에 비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수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갖고 있지만 상당부분은 본인의 아닌 금융기관의 자산이다.

대출 이자 때문에 저축도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이니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우려도 있어 정부도 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래도 하우스 푸어는 적어도 집은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수도권의 30평 아파트 가격이 적어도 3억원 정도이니 속된말로 굶어 죽을 염려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집도 없는 가난한 사람(하우스리스 푸어, Houseless Poor)'들이 많다. 이 들은 전·월세를 전전하며 내 집에서 눈치 안보고 사는 것이 꿈인 사람들이다. 햇빛이 안 들어오는 지하방이나 쪽방에서 하루하루를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또 다시 들썩거리는 전·월세 가격이 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매매시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반면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전셋값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살까 고민하던 잠재수요자들도 전월세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집값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월세 시장만 달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셋값은 올들어 전국적으로 4.9% 올랐다. 반면 매매가는 1% 상승에 그쳤다. 전셋값 오름세는 그대로 월세에 영향을 미친다. 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받아들이던지 아니면 보다 싼 곳으로 이삿짐을 꾸려야 한다. 오른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으면 떠밀리듯 도시의 외곽이나 낙후지역으로 밀려나갈 수 밖에 없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지나면 가을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문제는 그 어느 때 보다 전·월세 시장이 불안하다는 점이다. 집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해 보인다.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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