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인사추천위원들은 16일 오전 비공개리에 청와대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모의 인사청문회를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배수로 압축된 총리 후보군에는 김 후보자 외에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임 실장이 포함돼 있었고, 안대희 대법관과 주요국 대사도 총리 후보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병역 문제 때문에 청와대의 총리직 제안에 수차례 고사했던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총리 후보 인선 배경을 직접 설명하자 결국 받아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자기 검증서도 이때 작성해 청와대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3배수 가운데 최우선순위자인 김 후보자에 대해 이날 오전 임 실장, 백용호 정책실장과 관련 수석들이 인사추천위원 자격으로 모의 청문회를 실시했다. 여기서 병역 면제와 탈세 의혹 등에 대해 `압박 면접'을 실시했고,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다시 한번 직접 소명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이렇게 2시간 가까이 모의 청문회에 참석한 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회의에 출석했다. 이어 오후 2시께 다시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만나 최종 지명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 실장은 "모의 청문회 결과, 정책실장을 비롯해 모든 수석의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이 때문에 당초 17일 또는 19일 총리 인선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더 이상 늦추는 게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오전 김 후보자가 유력하게 검토된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자 발표 일정을 앞당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당초 김 후보자가 모의 청문회 결과 적합하지 않았다면 차순위자 순으로 모의 청문회를 다시 진행키로 했었다"며 "김 후보자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두 분이 무슨 말씀을 나눴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지금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한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잘 이끌어달라는 이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김 후보자나 같은 검증대상에 올랐던 맹 장관, 임 실장 모두 공직에 오래 있던 분이라 상당 부분 검증됐고 관련자료가 축적돼 있었다"며 "(청와대가) 이미 사전에 면밀한 검증과정을 거쳐 확인했고 꼼꼼히 들여다볼 기간이 많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를 내정하기에 앞서 전직 관료와 법조계, 언론계, 학계 출신의 많은 후보에 대해 검토하고 직접 접촉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정밀 검증 작업을 벌인 대상자만 해도 10여명이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가 이번에 강화한 200개 문항의 자기검증서를 작성하는 등 최종 단계에 오른 인사도 몇 명 있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한 총리 후보자의 경우 오히려 자녀가 총리에 지명되는 것을 반대해 애를 먹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덕성 뿐만 아니라 인준 표결을 통과한다면 역대 37명의 총리 가운데 전남 출신은 김 후보자가 유일해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역사적 의미도 고려했다고 한다. 김 원장에 앞선 전남 출신 후보로는 지난 1987년 이한기 총리 서리가 있었다.
김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병역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무청에서 당시 시력과 관련한 기준도 직접 점검한 결과 입대가 불가능했으며, 김 후보자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신체검사를 받아 장교로 입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면서 군 면제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임 실장은 "고사를 한 주된 이유가 자신의 군 면제 경력이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었다"면서 "의도적으로 회피한 게 아니고 당시 신체검사 기준으로는 도저히 입대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임 실장은 야당과 협의를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들께 총리 임명 자체를 상의한 적은 전혀 없다"면서 "다만 확정이 되고 나서 발표 직전 정진석 정무수석이 사전에 통보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에는 전날 밤 김 후보자의 내정 사실을 통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마침 총리에 내정된 이날은 음력 8월9일로서 김 후보자의 생일이기도 하다. 앞서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에 임명받은 2008년 9월8일도 역시 음력으로 회갑을 맞은 때여서 공교롭게도 생일 때마다 영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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