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그룹 본사와 계열사인 한화증권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에 한화그룹주(株)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한화그룹에 투자하는 한화그룹주 펀드도 지난 6일 출시되자마자 제기된 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등 악재들이 연이어 터져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증권[003530]이 3.06% 하락한 것을 비롯해 한화[000880](-2.04%), 대한생명[088350](-1.01%), 한화타임월드[027390](-0.32%), 한화손해보험[000370](-0.11%) 등이 줄줄이 내림세로 장을 마쳤다.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은 한화증권을 퇴사한 한 직원이 올해 초 '회사가 그룹 비자금 관리에 쓰는 불법 계좌를 갖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제보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문제가 된 계좌는 금융실명제 이전에 조성된 김승연 회장의 개인재산"이라며 "실명화가 되지 못한 일부 계좌가 2004∼2005년 이후 방치되다 오해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화그룹주들의 동반 하락 탓에 한화그룹 계열사에 집중 투자하는 한화그룹주 펀드도 수익률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6일 설정된 한화그룹주 펀드인 '한화 한화그룹 목표배당형 증권 투자신탁 1호(주식혼합형)'는 출시 이후 -0.36%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종가까지 반영되면 수익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현대그룹주 펀드 등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다른 그룹주 펀드들에 비해 수익률 격차가 한층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펀드는 한화그룹 계열사의 주식, 채권, 기업어음(CP) 등에 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한다. 주식 부문은 펀드 자산의 30~50% 수준에서 한화그룹 계열사 주식으로 핵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채권과 CP의 경우는 비상장 계열사 위주로 투자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그룹주 펀드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라며 투자에 유의할 것을 조언했다.
한 증권사 펀드담당 애널리스트는 "그룹주들이 대부분 국내 대표기업을 편입하다 보니 관련 펀드 전망도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룹 내 대표기업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계열사 주가도 동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그룹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검찰 수사 악재'가 일시적인 요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한화그룹주 펀드가 비교적 우량한 종목들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수익률 부진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 이정헌 연구원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검찰 조사 등으로 인한 최근 주가 조정은 상당 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제는 기업가치와 성장성 대비 절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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