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욱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새 국무총리 후보로 김황식 감사원장을 내정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집권 후반기 핵심기조인 '공정한 사회 구현'에 최적의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18일만에 내린 결론이다.
청와대는 일단 김 후보자가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 기조에 걸 맞는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판사·대법관 출신으로 법조계에서는 청렴한 인물로 평가돼 왔고, 유력한 차기 대법원장 후보감으로 관측돼 왔다.
또 김 후보자가 전남 장성 출신으로 사회 통합과 지역안배에 적임자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 민주당은 김 후보자 내정 사실이 알려진 후 이례적으로 "지역간 불균형 인사와 영남 독식인사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논평을 냈다. 김 후보자가 국회에서 인준되면 본적기준으로 첫 전라남도 출신 총리가 된다.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을 수행하면서 고위공직자 기강잡기를 진두지휘해 왔다는 점도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도 맞아 떨어진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감사의 사령탑 역할을 맡아오면서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6일 감사원장 취임 2주년을 맞아 공정사회에 대해 "확실한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법과 원칙'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내정에는 대법관과 감사원장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인사청문회를 2차례나 치러본 경험도 최대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미 검증된 인사인만큼 이번 국무총리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당도 김황식 후보자에 대해 "그간 대법관·감사원장 등의 주요 공직을 거치면서 상당한 검증이 이루어진 인물로 알고 있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국회 청문회 과정을 통해 더욱 엄격한 검증을 할 계획"이라고 말해 결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가 병역면제자라는 점에서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 집중적인 공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1972년 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부동시(양쪽 눈의 심한 시력차)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김 원장은 2005년 대법관 임명 당시에도 "고의적인 병역기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양쪽 눈의 시력차가 심했고 갑자기 사시 합격자 숫자가 대폭 늘어나 면제받았다"며 고의적인 기피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반면 김 후보자의 재산 문제는 비교적 투명하다. 김 후보자는 올해 10억8952억4000만원 재산을 신고했다. 재산신고 대상 고위공직자 1851명의 평균 신고재산 12억84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채권·채무관계도 깨끗한 편이지만 2008년 감사원장 임명 때는 딸의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누나와 매형한테서 2억원을 이자 없이 빌린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도덕성 검증보다는 '자질검증' 차원에서 법관 재직 시절 내린 판결이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문제가 다시 불거진 상지대 사태와 관련한 판결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포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2007년 대법관으로 있으면서 상지학원 전 이사장 김문기씨 등이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며 학교 재단을 상대로 낸 이사화결의 무효 확인 청구 고송 상고심에서 주심을 맡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감사원장 재직 시절 KBS에 대한 감사와 천안함·4대강 사업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아 온 것도 문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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