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랩어카운트(맞춤형종합자산관리서비스) 열풍이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다양한 자산운용 서비스나 상품을 한데 묶어 투자자 성향에 맞게 제공, 운용과 투자조언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랩어카운트가 일반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리면서 증권사 일임형과 자문형을 포함해 수탁고가 최근 30조원을 웃도는 등 연초 대비 2배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고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도 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랩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투자 과열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금감원이 마련한 제도개선안이 랩어카운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대형증권사들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채민경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제도 개선방안이 단기적으로 증권사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제한적일 것"이라며 "증권사들의 집합 주문 금지가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1%미만으로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승 한화증권 연구원도 "초미 관심사였던 최소 가입금액 제한 규정이 유보돼(현재 최소 500만원이상 가입 가능) 가입자 저변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는 인력과 인프라가 확충돼 있는 대형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랩상품은 일대일 맞춤서비스를 제공해야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점수가 적고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개선방안으로 추가적인 비용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랩어카운트에 쏠리는 시장의 관심에 중소형증권사들도 부랴부랴 랩어카운트 상품 출시 계획을 내놓는 등 트렌트 잡기에 나섰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수준이다.
IBK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중소증권사들은 이르면 연말께 랩어카운트 출시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대형증권사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서비스 마련에는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증권사들의 고객자산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중소형증권사들이 랩어카운트로 도전장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랩어카운트 트렌드에 맞춰 관련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나 마케팅을 강화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랩어카운트와 같은 특정 상품 판매에 집중하기보다 저(貯)수수료를 통한 브로커리지 강화나 스마트폰을 통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고객 유치 및 외국기업 기업공개(IPO) 등 틈새시장 공략에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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