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 내 염색가공업체 A사 대표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푸념을 늘어놨다. 코 앞으로 다가온 한가위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그도 그럴것이 물량확보나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추석 명절이 달가울리 없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중소기업에까지 골고루 퍼지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76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석자금 수요 조사'를 벌인 결과, 10곳 중 4곳 이상(43.6%)이 '올해 추석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수치상으로는 지난해(48.1%)에 비해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중소기업이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이들 업체는 추석자금으로 평균 2억9300만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이 중 확보 가능한 액수는 2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필요자금 대비 21.5%나 부족한 셈.
자금사정이 곤란한 이유(복수 응답)로는 매출감소(59.4%)와 원자재가격 상승(57.0%), 판매대금 회수지연(51.9%) 등을 주로 꼽았다.
이란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의 속앓이는 더하다. B사의 경우 신용장(L/C)을 개설하지 못하면서 수억 원 상당의 재고가 쌓였다. 구매처 발주분도 수일 내 입고 예정이어서 30억의 재고를 떠안게 됐다.
정부가 이란 교역 중단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에 150억 규모의 일시적 경영애로자금을 지원하고 기존 융자금(47개사, 351억원)의 경우 원금 상환을 1년6개월간 유예해주기로 했지만, B사는 앞으로의 자금 운용이 막막하기만 하다.
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이란과 거래중인 수출중소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수출 중단으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경기 활황을 이유로 기준금리가 오른데 이어 4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중소기업의 부담을 갈수록 늘어만 가는 상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추석 자금난 해소를 위해 14조6000억원을 풀기로 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단기적인 자금 지원만으로 연중 내내 지속되는 돈 가뭄을 해소하기 어렵다. 대외적인 불안 요인으로부터 안정을 되찾을 중장기 대책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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