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욱 기자) 정부가 북측이 먼저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12일 '상봉 정례화' 역제의를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천안함 사태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가 이산가족 정례화로 물꼬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주말인 11일 조선적십자회가 대한적십자사에 추석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고 전날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하루가 지난 휴일인 12일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는기자간담회를 자청, "북측에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를 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1년 전에도 추석을 맞아 9월26일부터 10월1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했었다.
특히 이 당국자는 상봉 정례화 제의에 대한 북측의 거부 가능성에 대해서도 "도끼를 계속 갈면 침이 된다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이라는 말이 있다"며 북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임을 강조했다.
그는 "북측이 역제의한 대북 수해지원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간 실무접촉과 관련한 한적 명의의 대북 통지문을 주초께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북 통지문 발송은 이르면 13일에도 가능할 전망이다.
북측의 제안은 대북 제재국면을 완화하려고 국제사회와 남측에 보내는 적극적인 제스처로 보인다. 수해 복구를 위해 앞서 남측에 '쌀, 시멘트, 중장비'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야 정치권과 국민도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와 우리 정부의 상봉 정례화 역제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대북 관계자는 "수해복구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협력을 촉매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이 선제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이유로 최근의 극심한 수해와 식량 부족으로 사정이 다급해지자 우선 남한의 인도적 지원으로 이를 해결하고 아울러 후계 확립 기간에 대외 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한 유화공세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북한이 남측에 자기 식 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러시아에서 "제2의 개성공단 같은 것이 만들어지길 원한다"고 언급한 예를 들며,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이 남북관계 변화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북한은 대남관계뿐 아니라 국제관계에서도 대화 채널을 복원하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지난 9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어떤 진전을 위해 남북한 간 모종의 화해 조치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과 연관시킬 수 있다. 캠벨 차관보의 메시지를 '남북관계 진전 후 6자회담 재개'라고 보면, 북한이 6자회담과 북미대화를 위한 환경 조성 측면에서 미국 측 요구에 화답한 의미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한 긴장이 고조된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제대로 된 남북관계가 가능하다는 원칙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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