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9주년···오바마 "이슬람과 전쟁없다"

2010-09-1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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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워싱턴·펜실베이니아 등 美 곳곳서 추념행사
일부 유가족 모스크 건립 계획에 분통

9·11 테러 발생 9주년을 맞아 11일 미국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추모행사는 대부분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뉴욕 등 일부 지역에서는 희생자 유가족들이 이슬람 사원 건립 등에 대해 분통을 터뜨려 한때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추념식 및 주례 인터넷.라디오 연설을 통해 9.11 9주년을 맞아 심화되고 있는 미국 내 종교갈등을 겨냥, "우리는 하나의 국가이자 하나의 국민"이라고 미국민들의 단합을 촉구하면서 9.11 테러는 이슬람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테러집단의 소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월의 그날 우리를 공격한 것은 종교가 아니라 알-카에다"라면서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이슬람과 전쟁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공통점을 보지 못하게 하고 차이점에 기반해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유혹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분열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의 적은 이슬람이 아니라 알-카에다와 극단주의 단체"라면서 "미국민들은 서로 공격해서는 안 되며, 두려움을 분열로 확산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고 호소했다.

9.11 테러 당시 184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방부 펜타곤 건물 앞에서 열린 이날 추념식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 등 군 지도부 및 희생자 유가족 등이 대거 참석했다.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붕괴된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서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및 희생자 유가족 등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침 일찍부터 추념식이 열렸다.

경찰은 이슬람 사원 건립에 대한 찬반 양측의 시위대가 충돌할 것을 우려, 그라운드 제로 주변에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9년 전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첫 번째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에 충돌한 시간인 오전 8시46분에 추모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청명한 하늘 아래 3천명에 가까운 희생자들의 이름이 낭독됐으며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슬픔에 다시 흐느꼈다.

이날 아일슨 로(39)라는 여성은 취재진을 향해 테러로 희생당한 여동생의 사진을 치켜들면서 "오늘만큼은 오직 9년 전 희생당한 내 동생과 여타 사망자들을 위한 날"이라며 소리쳤다.

당시 테러로 아내와 조카를 잃은 치아치아로(67)씨도 "이슬람 사원은 무슬림들이 전쟁으로 획득한 지역에 짓는 것"이라면서 "이는 정복의 상징인데 굳이 여기에 그런 상징물을 세워야 하는 거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9.11 당시 납치됐다가 추락한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의 희생자를 추도하기 위한 행사는 추락장소인 펜실베이니아주 생스빌에서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및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가 함께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9.11 당시 대통령이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희생자 및 유가족들을 위로하면서 "사건 당일 일어난 많은 영웅적 행동을 상기하면서, 또 다른 공격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분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슬람 경전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미국의 테리 존스 목사는 이날 NBC 방송의 `투데이' 프로그램에 출연, 코란을 소각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존스 목사는 오후 6시로 예정돼 있던 코란 소각계획과 관련, "우리는 분명히 코란을 소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10일 밤 뉴욕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이슬람 사회에 대한 관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미국이 `종교의 자유'라는 전통적 가치와 관용정신을 다른 종교권에 보여야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테러집단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연합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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