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을 제전'을 재해석한 작품 '장미'. (사진 제공 : 고양아람누리)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재해석한 작품 '장미'는 인류의 원시적 색채를 담고 있다. 원시림 속에서 봄을 맞은 고대인들이 대지의 신을 향해 감사의 축제를 올리고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다만 스토리라인은 그대로 살리고 여자 대신 남자가 희생하는 것으로 바꿨다.
안무가 안성수는 "동양적 음양의 이치로 보면 땅은 여성성을 지니기 때문에 남자를 바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매우 난해한 곡으로 정평이 나있는 '봄의 제전'을 정교하고 세련된 몸의 언어로 탈바꿈시켰다. 세계적인 춤의 대가인 조지 발란신, 나토 두아토가 말하는 '보이는 음악', '들리는 춤'을 무대 위에 펼쳐보이는 것.
'Life-볼레로 2005'의 한 장면. (사진제공 : 고양아람누리) |
안성수는 1997년 처음 선보인 '8일간의 여행'을 시작으로 '다시 만난 볼레로', '욕망의 방', '볼레로-팔대가문의 의식', '볼레로-대륙김씨의 부활', '메이팅 댄스'를 거쳐 마지막 버전을 완성했다.
특히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Life-볼레로 2005'는 안성수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그는 라벨의 인상주의 음악을 몸으로 반복, 확대, 연주한다. 이어 절제와 음축을 통해 한꺼번에 폭발하는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지름 9m의 하얀 원 위에서 8명의 무용수들은 이어졌다 부딪히고 다시 흩어지면서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선사한다. 마치 실타래가 연결되는 것처럼 끊어졌다 이어지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윤회적으로 표현했다.
한편 이번 두 작품은 오는 11월 '2010 코리아댄스프로젝트인유럽(Korea Dance in Europe)'에 선정돼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 등 해외에서 공연된다.
안성수는 "'봄의 제전'은 전체 안무를 비디오로 찍어서 피드백을 주고 다시 편집하는 과정을 겪어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다"며 "하지만 해외 투어를 가는 등 잘 만들어서 많이 공연하자는 취지를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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