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디지털 시대에 ‘종이’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2010-09-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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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원 한국HP 이미징 프린팅 그룹장(부사장)
바야흐로 장소와 무관하게 정보가 이동하는 유비쿼터스 시대다.

스마트폰 출시 후 모바일 오피스는 물론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뉴스가 쏟아지더니, 최근에는 정보화된 인공물이 정보교환과 처리를 동시에 수행하는 ‘증강현실’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이런 최첨단 디지털 기기들의 등장과 함께 불거진 문제가 바로 ‘종이의 가치’ 에 대한 의문이다.

다양한 디지털기기가 종이의 역할을 대체하기 때문에 더 이상 ‘종이의 필요성’과  ‘출력’이라는 행위가 유의미하느냐 라는 논란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가 종이 시대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도 난무하다.
 
그러나 IT업계에 다년간 몸 담아왔던 필자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종이 없는 세상이 될수록 종이에 대한 수요는 되레 커지게 마련이다.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는 기기의 발전과 문서의 증가는 물론 폭발적으로 성장한 ‘콘텐츠’의 종류와 범위까지 포함한다. 콘텐츠의 종류가 다양해 질수록 출력하는 대상도 증가하게 되어, 종이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가장 많이 기여한 것이 바로 웹 콘텐츠다. 각종 디지털기기에는 스마트폰이나 PC로 다운 받을 수 있는 영화 티켓이나 각 종 쿠폰, 지도 등 다양한 웹 콘텐츠가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중 다수는 비단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종이를 사용해 콘텐츠를 프린팅하는 행위까지 연결된다. 인쇄물에 익숙한 사용자 일수록 그 니즈는 더욱 커진다.
 
뿐만 아니라 웹 콘텐츠 및 각 종 전자문서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넓은 시야를 가진 인간의 눈이 3.2인치에 불과한 스마트폰 스크린으로 전자문서를 보기엔 무리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기엔 편리할지 몰라도 문서 및 다량의 컨텐츠를 이용하다 보면 눈도 피곤할뿐더러 어느 정도 불편함이 따른다.

종이와 인쇄물에 대한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프린팅 업계에서는 종이 사용량이 2005년 45조 페이지에서 2010년에는 53조 페이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프린팅 업계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디지털 프린팅 관련 시장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점차 다양화 되어가고 있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프린팅 시장에도 큰 기회로 다가온다.

기존 도서 및 출판 시장에서의 프린팅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화되고 데이터 변환이 가능한 ‘디지털 프린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포토북, 에세이, 개인 도서 출판 등 프린팅 관련 새로운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 이라는 말이 있다. 뭇사람들이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비단의 수명은 500년이지만 종이는 1,000년을 간다는 뜻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IT업계에서도 종이의 가치는 결코 소멸될 수 없는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
 
종이에 대한 기회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종이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진화가 오롯이 기기에서 비롯된 정보의 활용이 아닌,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디지로그(Digilog)’ 시대의 가치가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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