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의 든든한 후원자, 국민이해
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열사의 중동으로부터 반가운 뉴스가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최초로 건설하는 원자력발전소를 대한민국이 맡게 됐다는 실로 엄청난 뉴스였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우리나라가 요르단의 연구용 원자로를 일괄 수주하였다는 소식이 있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요르단의 연구용 원자로 건설 국제입찰에서 최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뉴스였다. 1959년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했으니 꼭 반세기만에 이룬 쾌거이다.
이는 세계 10위권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설계, 건설, 운영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제 당당히 연구용 원자로 공급자 그룹에 들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국가 브랜드의 신뢰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짐은 물론이다.
연구용 원자로란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발전용 원자로와는 달리, 핵분열시 생성되는 중성자를 활용하여 각종 연구를 수행하는 원자로이다. 이어지는 대형 상업용 원전의 수출 기반 확보에도 기여할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는 상업용 원전 수출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한국표준형원전을 개발하여 현재 가동중이다. 그리고 OPR-1000이라는 수출형 원자로 브랜드도 갖고 있으며 신형 원자로인 APR-1400을 현재 신고리 3, 4호기 원자로형으로 선택해 건설중이다.
세계의 원전 시장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2030년까지 약 300기의 신규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수출 효과는 굉장하다. 상업용 원전 2기를 수출하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중형 자동차 32만대, 30만톤급 유조선 40척의 수출효과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번 UAE 원전 수출 성공은 '원전 수출산업을 통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자'는 슬로건을 실천하는 시발점이 되는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원자력이 환경의 세기를 구할 구세주의 역할을 제대로 해나갈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일 효자 산업으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2020년 배출량 대비 30% 줄이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주 폐막된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에서 대통령의 2012년 당사국 총회 유치와 글로벌 기후 파트너십 기구 설립제안 등으로 환경문제에서 국제적인 분위기를 선도함과 아울러, 국가의 이미지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물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원자로 수출과 연계시켜 볼 때 국력신장의 계기가 됨은 물론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원자력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치 아래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다. 현재 신고리 4기, 신월성 2기, 신울진 2기 등 모두 8기를 건설중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전력의 59%를 원자력발전으로 조달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해놓고 있다. 그리고 2010년 과학 한국의 3대 축의 하나로 원자력 수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다.
'원자력 르네상스' 분위기가 하루 아침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세계 31개국에서 439기의 원전을 가동하여 전세계 전력의 16%를 원자력으로 조달하고 있는 안전운영 실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무려 93.4%라는 세계 최고의 원전운영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작년에 이미 원자력발전 30년을 맞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원자력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주기기, 보조기기, 부품 및 소재, 정비·보수 등 원전 기술과 시공능력, 운영능력까지 모두 확보하고 있다.
세계 원전시장은 세계 제1의 원자력발전국인 미국, 2위인 프랑스, 그리고 3위인 일본의 기업이 큰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프랑스의 아레바와 일본의 미츠비시, 미국의 GE와 일본의 히타치 그리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일본의 도시바 등이 원자력발전소를 공급할 수 있는 그룹이다. 이제 이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원전 수출에 심혈을 기울여 온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및 관계기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계속적인 수출의 성공을 위해 국민이해라는 굳건한 바탕이 필요하다. 이제 원전을 건설, 운영할 수 있는 기술뿐만 아니라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됐다. 합심해서 원전 수출의 국민이해가 밑거름이 되는 시대를 열어가자. <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