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휩쓴 3가지 혁신 물결

2009-12-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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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의 최대 화두는 생존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줄이 막히자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비용절감을 외쳤다.

하지만 기업혁신을 위한 투자는 다 줄여도 줄이지 말아야 할 핵심 부문이다.


혁신은 창과 방패의 역할을 두루 하기 때문이다.

혁신적 사고는 경기가 좋을 때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수익 창출원이 되고 불경기 때는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해 준다.

실제 애플과 같은 기업은 경쟁업체들이 따라 오지 못하는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 제품으로 불황에도 높은 수익을 냈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16일(현지시간) 2009년을 휩쓴 기업혁신의 3가지 물결을 소개하며 내년 기업들이 재도약을 위해 혁신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역(逆) 혁신

지금까지 혁신은 대부분 선진국 시장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혁신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이나 상품들은 이후 신흥개발국에 흘러 내려가는(tricked down) 양상을 보였다.

이 때 도입되는 기술이나 상품들의 가격이나 품질은 선진국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른바 혁신이 흐름이 바뀌고 있다.

경기침체로 전세계 시장 소비자들의 경제력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얇아진 주머니 탓에 선진국 소비자들 역시 적당한 품질(good enough)의 제품을 싸게 구입하고자 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신흥개발국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한 후 선진국 시장으로 이러한 혁신모델을 옮기고 있다.

결국 혁신의 발생 및 적용 방향이 신흥개발국에서 선진국으로 거슬로 올라가 거꾸로 뒤집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중국 농촌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초음파기기는 간단한 수준의 진단만이 가능하지만 휴대가 간편하고 사용법이 쉽도록 설계됐다.

이 기기는 선진국의 사고현장이나 응급실 같은 곳에서 사용이 급증해 최근 매출이 연간 50~60%씩 성장할 정도다.

△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설계적 혁신

설계적 사고(Design Thinking)는 올해 경영컨설팅업체들이 만트라(주문)처럼 내세운 문구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건축 설계사(Designer)처럼 기업경영과 관련된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하라고 이들은 충고한다.

건축 설계사(Designer)는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들은 후 이를 최대한 반영하되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 설계를 한다.

따라서 설계적 사고란 건축설계사처럼 CEO도 고객의 입장에서 니즈를 파악하되 경영지식과 시장환경을 최대한 반영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최대 생활용품 업체인 프록터앤갬블(P&G)는 설계적 사고로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개발에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일례로 P&G는 '스위퍼 스위퍼(Swiffer Sweeper)'라는 청소기구로 미국의 주부층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상품은 품을 덜 팔고도 청소효과가 높아 여성 고객들의 수고를 크게 덜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게가 가볍고 사용하기도 간편하며  바닥의 이물질들을 흡수하는 것이 강점이다.

이 청소도구는 미국에서 판매 첫해에 무려 2억 달러어치가 팔려 나갔다.

최첨단 전자 청소기들이 서로 주부들의 손길을 차지하고자 다툴 때 이 제품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상품을 개발해 미 여성 소비자들에게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 사공이 많은 개방형 혁신

올해 경기침체로 R&D에도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었던 많은 기업들은 혁신개발을 위해 차선책으로 외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방식을 택했다.

즉, 기업내부의 전문인력을 줄이는 대신 고객이나 제휴업체, 외부전문가 등으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해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백분활용하는 것이다.

생활용품업체인 존슨앤존슨(J&J)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고객서비스 역시 인터넷을 중심으로 제공한다.

세제용품인 클로락스가 개발하는 신제품의 80%는 최소 한 곳의 제휴사로부터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미 목재 및 제지업체인 와이어하우저의 존 타우 부사장은 "폐쇄적 혁신모델로는 더이상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며 "개방적 혁신 모델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문적인 R&D 인력없이 기업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는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스마트폰이나 평면TV처럼 전문인력이 개발한 혁신 제품들은 경기침체에도 전세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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