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화내빈 시프트의 해법은

2009-12-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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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내빈(外華內貧). 겉으로는 화려하나 실속이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울시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2007년부터 공급하고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딱 들어맞는 말인듯 싶다.

시프트는 주택을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바꾸자는 발상에서 이름이 지어졌다. 'SHIFT'(무엇을 바꾸다)는 서민의 내집마련 꿈을 실현하는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변 전세시세의 60~80%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최장 20년 동안 내 집처럼 살 수 있는 집, 임대와 일반분양이 단지 내에 혼재된 소셜믹스(social mix) 형태로 공급돼 '임대단지=가난'의 틀을 깨면서 주택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시프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소비자들의 불만이 점차 터져나오고 있다. 수백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주한 꿈에 그렸던 '보금자리'였지만 허술한 마감으로 인해 결로, 누수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부실 마감은 그러나 SH공사 혼자 감당할 사안이 아니다. 날림공사가  정부의 계약제도, 즉 최저가낙찰제에 기인하는 까닭이다. 최저가낙찰제는 가장 낮은 가격의 응찰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장치다. 발주기관의 설계금액은 100%가 투입될 때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올 수 있다고 정한 공사예산이다. 그러나 업체 난립과 과당 경쟁으로 낙찰률은 60% 대에 머문다.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설계금액 대비 30%가 넘는 금액은 발주기관이 예산절감이라고 포장하지만 최종 피해자는 입주자다. SH공사의 시프트 건설공사는 중견건설사 간 치열한 덤핑경쟁 속에 최저가→부실공사→하자 다발→입주자 민원 폭증→시프트 이미지 추락 이라는 반복의 악순환고리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는 발주처인 SH공사측도 인지를 하고 있지만 특별한 대안은 없다고 말한다. 건설사들의 낙찰률을 올리는 것은 국가와 지방의 국가계약제도에 배치되는 일이다. 또 적정 품질확보를 위해 시공사의 도급액을 올리려 하면 주택 공급금액이 올라갈 소지가 높다. 최저가 현장의 철저한 관리감독도 적자공사에서는 무기력하다. 하자보수를 책임져야 하는 시공사는 현장별 채산성 악화를 우려, 날림 공사에 대한 민원은 차일피일 미룬다. 최저가낙찰제 하에 시프트의 품질확보가 사면초가인 이유다.

서울시가 향후 매년 1만가구 이상의 시프트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질적수준을 올릴 수 있는 방안 또한 마련돼야 한다. 서민주거안정을 꾀한다면 그들이 진정으로 정착하고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해야하지 않을까.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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