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류재준씨가 오늘의 한국을 일궈낸 전세대에게 바치는 곡, '진혼 교향곡'이 29일 슬픈 서울을 감싸안았다. |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지난 달 29일 공교롭게도 예술의 전당에는 레퀴엠(진혼곡)이 울려 퍼졌다.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국제음악제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작곡가 류재준의 ‘진혼미사곡’ 연주회를 개최했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음악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이 작품이야말로 마스터피스다”라고 극찬한 창작곡. 펜데레츠키의 후계자로 세계무대에서 활발한 활동 중인 류재준씨가 ‘오늘을 가능케 한 앞선 세대의 영웅’들에게 헌정한 2007년 작 ‘진혼교향곡’이 지난해 3월 폴란드 베토벤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된 이후 1년 만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연주된 것이다.
류씨의 ‘진혼교향곡’은 펜데레츠키가 명예 감독을 맡은 서울국제음악제(5월 22일~30일) 기간 중 ‘영웅을 위하여’라는 공연을 통해 폴란드 국립방송교향악단 등이 이 곡을 연주했다. 지난 4월 세계적 음반레이블인 낙소스에서 한국의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음반으로도 선보였다.
작곡가 류씨가 2001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작고했을 때 처음 구상한 이 곡은 ‘정주영 레퀴엠’으로 불리며, 작곡자가 정 명예회장을 비롯한 앞선 세대의 영웅들에게 헌정했다는 점에서, 또한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 마지막 날에 연주됐다는 점에서 문화가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작품이었다.
‘진혼교향곡’은 ‘영원한 안식을’, ‘진노의 날’, ‘봉헌문’, ‘거룩하시다’ 총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됐다. 소나타 형식의 1악장은 점층적으로 상승하며 긴장을 증폭시키는 제 1 주제와 전원적이면서도 목가적인 부분을 나타내기 위해 목관 앙상블을 통해 제 2 주제부를 제시했다. 소프라노에 의해 주도되는 2악장은 대위적 움직임이 보이는 부분과 화성적 폭발이 일어나는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나타났다.
금관과 합창의 웅장한 도입, 소프라노의 기교와 거침없는 장악력을 거쳐 다시 평온함에 이르기까지, 조용하지만 풍성한 3악장을 거친 이 작품은, 기존의 레퀴엠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평안하고 조심스러운 마무리 대신 화려한 결실을 선택했다.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합창단의 화려한 도약과 합창을 통해 과거와 현재, 뜨거운 죽음과 치열한 삶을 이어주는 환희와 희망의 진혼곡으로 마무리됐다.
류씨가 “대부분의 진혼곡이 음악 대가들의 원숙기 작품이라는 점에서 무모한 도전이 될 것 같아 여러해 고심했다”며 ‘피땀 흘려 오늘의 한국을 이뤄낸 전 세대에게 바친다.“고 밝힌 바 있는 이 곡은 29일, 군데군데 슬픔으로 얼룩져 있던 서울을 감싸 안기에 충분했다.
김나현 기자 gusskrla@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