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공공부문 청년인턴제’가 내년 1월 본격시행을 앞둔 가운데, 채용규모가 당초 1만여명에서 8천여명 수준으로 크게 후퇴돼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마저도 예산 미확정을 이유로 인턴채용의 최종규모가 확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공공인턴제는 정규직 전환은 물론, 근무를 마친 후 공채 지원시 인센티브가 전혀 없기 때문에 급조된 미봉책이라는 지적과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빗발치고 있다.
◆‘5분의 4로’ 줄어든 채용규모 = 이명박 대통령은 1일 라디오연설에서 청년실업 해소책과 관련, “당장 내년에 ‘청년인턴제’를 도입해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앙부처 2600명, 지자체 2800명, 산하기관 4000명 등 8400여명 수준으로 ‘공공인턴’을 채용키로 했다.
우선 이 규모는 당초 9월 정부가 발표한 1만명 수준보다 후퇴한 것이다. 이마저도 아직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부처의 공공인턴 채용 규모를 전체의 1% 수준인 2600명으로 정한 상태지만 국회에서 해당 예산의 심의 결과에 따라 규모는 축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예산안 축소를 대비해 채용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예비비 등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을 한달 앞둔 상황에서 공공인턴의 채용규모 조차 100%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급조제도…“비정규직만 양산” = 공공인턴이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없는 것도 문제다.
서울 모 대학의 취업정보센터 관계자는 “10∼12개월간 인턴으로 근무를 잘 해도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시간외 수당도 지급되지 않고, 월 100만원이라는 급여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공공인턴이 근무를 마치고 신규 공채 지원시 가산점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가가 청년층을 채용하면서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는 없다. 경제상황과 사적부문에서 실업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공공인턴제는 소위 ‘백수’ 청년들의 정식 취업을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기홍 강원대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단기간에 급조한 정책인 것 같다”며 “이런 단기적 처방 보다는 고학력 청년층을 흡수하는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이 대통령이 ‘공공인턴제 도입’으로 청년실업 문제가 일거에 해소될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실상은 그저 비정규직 양산만 부채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도 “정부가 청년실업을 진정으로 해소하고자 한다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대규모 인턴사원 채용을 중단하고 적절한 인력운영의 원칙을 수립해 정규직 공무원의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