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수도권 주요 지역 입주 물량이 상반기에 몰리면서 하반기 주택 입주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와 인천을 중심으로 3분기부터 입주량 감소가 예정된 가운데 서민 정책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전세가격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 올해 전체 입주 물량 3만6758가구 중 62.3%(2만2904가구)가 상반기에 몰려 있다. 월평균 3819가구 수준이다. 하반기에는 이보다 감소한 월평균 2309가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기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로 봐도 올해 입주 예정 물량(13만1798가구) 중 상반기에 7만3636가구(55.8%)가 몰렸으며 하반기에는 5만8162가구에 불과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과 경기 지역 입주 물량 부족과 아파트 임차 쏠림 현상이 전세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매수 심리 위축으로 실수요가 전세 등 임대차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해 최대 월 9000건 수준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12월에는 3000건 수준으로 급락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최근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매매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대차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수도권 주택 전세가격 상승 폭이 매매가격 대비 2배 이상 오름폭을 기록할 것으로 건정연은 내다봤다.
이기웅 주택협회 본부장은 “전세대출 규제와 공급 부족이 전세가를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매매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전월세 시장 신규 진입자가 증가함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난은 정부의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전반적인 공급 정책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르면 2027년 철거·착공에 나서 2030년 입주가 가능하도록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본격화되는 2026년과 2027년 수도권 분양·입주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당장 이주 수요 해결이 걸림돌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앞서 정부 역시 지난달 1기 신도시 재건축 때 기존 주민 이주 수요가 주택 공급보다 많아 전셋값이 급등하면 재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주거용부동산팀장은 “올해 경기도 입주 물량이 2024년 대비 40% 감소하기 때문에 경기 지역 전월세 시장도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 용산 한강맨션, 월계 동신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서 올해 이주가 진행되면 전월세 시장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