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에서는 대규모 투자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올해 AI 산업이 투자 단계를 넘어 수익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가치 상승을 노리는 투자은행(IB) 업계가 본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도 새해 초부터 AI 스타트업이 약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침체됐던 벤처캐피털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아마존으로부터 40억 달러(약 5조8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지 불과 두 달 만의 성과로,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는 약 600억 달러(약 87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에는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66억 달러(약 9조6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 업계가 투자한 총액은 2090억 달러(약 304조원)에 달하며, 이 중 절반가량이 AI 분야에 투입됐다.
국내에서도 새해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벤처캐피털 분석기업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국내 AI 스타트업이 유치한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96억원에 달한다. 투자 건수는 총 4건으로, 파이드풀, 리걸케어, 펄스애드, 마이허브 등이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스타트업 투자유치액인 636억원의 약 15.09%를 차지한다. 세계적인 IB 투자 추세와 비교하면 AI 스타트업 투자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같은 기간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전체 투자가 전년 대비 64%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지난해 전체로 보더라도 국내 AI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금액은 1조4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63% 증가했다. 이는 전체 스타트업 투자액이 20%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전체 스타트업 투자액(6조2902억원) 중 AI 스타트업이 차지한 비율은 16.57%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는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며 AI 스타트업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AI 전문가들이 노벨 물리학·화학상을 휩쓸며, 대규모 자본 투자의 결과물을 입증하자 IB 업계의 태도가 크게 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글, 오픈AI, 메타 등 생성형 AI 선두기업들이 지난해 12월 대거 신모델을 출시하고, AI 사용료를 올리는 등 수익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자 빅테크 기업과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1위 AI 강국인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한 것도 AI 투자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 시절 ‘안전’에 중점을 둔 ‘AI 행정명령’을 폐지하고, AI 개발에 사실상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규제 완화로 인해 AI 기술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의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응용 AI를 개발 중인 국내 AI 스타트업들도 해외자본의 활발한 투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미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자본을 중심으로, 올해 국내 AI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액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미국과 싱가포르계 벤처캐피털의 도움 없이는 국내 AI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가 어려울 정도로 해외 자본 유입이 활발한 상황”이라며 “올해는 글로벌 AI 산업의 강자가 결정되는 해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가치 상승과 IPO(기업공개)를 노리는 자본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