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업들이 내년부터 수익성 제고를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오픈AI 등이 구독 서비스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해외 생성형AI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유료 서비스 제공을 준비 중인 국내 대기업들의 가격정책을 둔 셈법도 복잡해졌다.
8일 IT(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 6일 월 구독료 200달러의 ‘챗GPT 프로’ 서비스를 공개했다.
챗GPT 프로는 기존 월 20달러의 구독료를 받는 ‘챗GPT 플러스’와 함께 운영된다. 챗GPT 플러스는 오픈AI가 지난해 공개한 챗GPT-4o 모델의 무제한 사용과 최신 모델인 챗GPT-o1의 제한적 사용을 제공한다. 새로 공개된 챗GPT 프로는 챗GPT-o1 무제한 사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를 공개한 2022년 5억4000만 달러(73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적자가 9100억원으로 늘었다. 고성능 그래픽카드 등 하드웨어 투자가 대규모로 진행된 올해, 오픈AI의 적자는 약 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폭이 커지는 만큼 오픈AI는 수익성 제고를 통해 2029년에는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점진적 가격 인상 정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월 20달러인 챗GPT 플러스의 구독가격도 올해 말부터 10%가 인상된 22달러로 책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점진적 가격 인상 정책의 첫 단계로 오픈AI는 2029년까지 챗GPT 플러스의 가격을 월 44달러까지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2023년 기준 34%)에 이어 생성형 AI시장 점유율 2위(2023년 기준 24%) 기업인 엔스로픽(Anthropic)도 지난 10월 자사의 생성형 AI 서비스 클로드의 새로운 모델 ‘클로드 3.5 Haiku’를 공개하면서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기존에는 100만 개의 입력토큰(75만 단어) 당 25센터, 출력토큰 당 1.25달러였으나, 각각 1달러, 5달러로 4배 인상됐다.
빅테크 기업 중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파일럿(Copilot)을, 구글은 제미나이(Gemini)를 각각 월 30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코파일럿은 오픈AI의 챗GPT-4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챗GPT 구독료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제미나이는 현재는 구독료 인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올해만 AI 인프라확장에 약 53억 달러(약 7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투자비가 증가한 만큼, 경쟁사들의 가격 정책에 맞춰 제미나이 구독료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생성형 AI기업들의 가격인상은 국내 AI산업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KT는 최근 챗GPT 서비스를 포함한 요금제를 검토 중인데, 가격 정책 수립에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독료 월 20달러의 퍼플렉시티(Perplecxity)를 서비스 중인 SK텔레콤도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유료화 정책을 두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내 AI스타트업의 비용부담도 증가하면서 투자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GPT 모델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 라이너 등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AI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인한 AI 도입 활용 양극화 심화 등의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글로벌 AI기업들의 가격인상 정책에 따른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