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점유율이 급락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3사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다변화 전략을 통해 중국 기업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9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국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로, 작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31.7%에서 3년 만에 11.5%포인트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화재 등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내구성이 뛰어난 각형 배터리에 대한 완성차 업체(OEM)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중국 기업의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각형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70.9%에서 올해 1∼10월 78.3%로 상승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각형 배터리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이를 탑재할 예정이다. SK온 역시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다수의 OEM과 양산 시기를 논의 중이다.
또한 한국 배터리 3사는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LFP 배터리 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약 30% 저렴해 보급형 전기차를 겨냥한 OEM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LFP 시장 역시 중국 기업들이 이미 강력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장악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늦은 진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이를 돌파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저온 성능을 개선한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삼성SDI는 LFMP(리튬인산망간철) 배터리를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가 품질, 안전성,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크게 발전해, 한국 배터리가 뒤처졌다고 볼 수 있다”며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고 시장 요구를 충족시켜야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