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리스크 점검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국내 주식시장이 받을 충격을 대비해 5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를 가동한다. 주요 금융지주도 금융 불확실성이 시스템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대응할 방침이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유관기관장 등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갖고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채권시장·자금시장에는 총 4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와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청년도약계좌 상담센터 방문,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우수사례 발표 대회 등의 현장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이 원장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일정을 연기했다.
국내 금융그룹들은 회장과 은행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비상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각 금융지주는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고, 시장 상황 대응을 위해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특히 고객 자산 리스크 관리 강화와 대고객 소통 확대, 금융거래 분석을 통한 유동성 리스크 대응 등 IT·보안 관련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를 강조했다.
KB금융은 금융거래를 분석해 유동성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주주와 직원 등 이해관계자 소통을 통해 안정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내부통제 강화와 시장 상황 대응을 위해 위기관리 역량을 집중했다. 하나·우리금융도 적시 대응 가능하도록 면밀한 모니터링 당부와 함께 임직원들 간의 동요나 불안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지주와 별도로 은행들도 일제히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자본시장 영향과 법률적 유의 사항 등을 논의했다. 다만 은행 영업점은 평소와 같이 정상 영업을 이어갔다. 은행 관계자는 "계엄 여부와 관계없이 은행은 필수업종으로 분류되기에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고객과 직원의 불안이 없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 서비스를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한때 외화통장 환전을 중단했다. 토스뱅크는 이날 오전 1시 20분부터 오전 9시까지 외화통장을 통한 외화 환전 거래를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도 오전 2시부터 6시간가량 해외계좌 송금 보내기 서비스가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