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잘 나가는 K-조선, 이럴 때 내실 다져야

2024-11-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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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이나경 산업부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10년간의 긴 불황을 지나 올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탔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는 잇따라 수주 잭팟을 터트리며 13년 만에 국내 조선 3사의 동반 흑자를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한국 조선업 러브콜'까지 더해져 큰 이변이 없는 한 한국 조선업계에 봄날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조선업계의 이 같은 호황에는 조선 3사의 ‘선별 수주 전략’이 주효했다. 세계 최대 선주국인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한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 올해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은 LNG(액화천연가스) 및 LPG·암모니아운반선만 56척, 한화오션은 전체 42척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척이 가스 관련 선박이다. 삼성중공업은 총 29척의 수주 물량 중 22척이 LNG선이다. 현재 조선 3사 모두 약 3.5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때는 아니다. 최근 중국이 수익성이 낮은 벌크선·컨테이너선·유조선을 넘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도 입증되고 있다.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은 지난 4월에 이어 9월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초대형 LNG 운반선 총 24척을 따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의 50% 이상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인력난까지 겪고 있다. 일감은 쌓이는데 일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내놓은 ‘2023년 조선해양산업 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대형 조선소의 총고용 인력은 지난 2022년 말 기준 9만6254명으로 2014년 20만344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급감했다. 불황기에 조선소를 떠난 인력들이 돌아오지 못한 결과다.

오랜만에 찾아온 초호황기를 오래 이어가기 위해선 안주가 아닌 변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조선업 현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번 호황을 기회로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해야만 한국 조선업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진짜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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