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에게 ‘제2의 직장’으로 인기를 모았던 공인중개사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오랫동안 침체되고 부동산 규제가 여전해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개업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중개사 자격시험 지원자도 크게 줄었다.
20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 3043명으로 8월에 비해 104명 줄었다.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2022년 6월, 11만 8952명으로 정점을 찍은 다음 꾸준히 줄고 있다. 휴업, 폐업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신규 개업자를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업소는 올 상반기 707곳으로 지난 202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같은 기간 폐업한 중개업소는 902곳으로, 휴업을 포함한 전체 휴·폐업 건수는 1002곳에 이른다.
중개업소 휴·폐업이 늘어난 것은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와 맞물려있다. 고금리 기조에 따라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지 못해 거래량은 줄고, 중개업소 수입도 줄었다.
특히, 중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에 나서는 수요층이 늘어나면서 중개업소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 시장이 위축되면서 예전처럼 공인중개사 자격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생도 크게 줄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지난 2021년 전국적으로 응시자가 39만 9975명이었지만 지난해 28만 7756명으로 줄고, 올해 7만여 명이 더 줄었다.
광주지역 부동산업 한 관계자는 “최근 수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마저 끊겨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곳이 중개사들이 많다"며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수도권보다 지방의 운영난이 심해 공인중개사 개업이나 자격시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