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더 세진 '마가노믹스'…우리가 사는 법

2024-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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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2024년 미국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했다. 트럼프가 승리했고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했다. 트럼프가 대의원 수 총 538명 중 312명을 확보하여 해리스가 확보한 226명을 크게 앞섰으며 상원도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하원도 전체 435석 중 이미 과반인 220석을 확보하였다. 이제 다급한 것은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과 트럼프 2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파악하고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살피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 경제정책(MAGA) 방향
 
트럼프 2기 정부는 2016년 선거 때와 똑같이 MAGA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1) 높은 관세와 (2)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미국의 산업을 지켜내면서 중국의 잠재적 위협을 제거하자는 것은 트럼프 1기 정부 때 MAGA1과 같다. 이와 함께 (3) 반도체와 같은 핵심 IT산업의 생산거점을 미국 내에 존치하여 국제적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것과 (4)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잡겠다는 것이 선거공약이 더해졌다. 그에 더해 (5) 연준의 인적구조 변화와 (6) 달러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1) 관세율 인상으로 인한 대미 수출 타격
 
트럼프 2기 정부의 가장 확실한 정책은 관세를 올리는 것이다. 현재보다 평균 20%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특정 국가, 특정 품목별로는 100% 혹은 그 이상으로 관세율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관세율을 올리면 대미 수출국의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한국과 같이 대미 수출이 많은 나라는 큰 타격을 받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선결 조건이 있다. 관세율은 미국 하원에 결정권한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했으므로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의회가 일반관세 인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행정부는 관세율을 올릴 수 없다. 또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 협정의 개정을 요구해 온다면 그것은 새로운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율 정책이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가 주목된다.
 
(2)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트럼프 1기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일련의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하였다. 2018년 태양광 패널과 냉장고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이어서 무역법 301조에 따른 대중국 불공정무역관세를 통한 제재로 시작해서 무역확장법 236조 안보조항을 인용하여 철강무역규제 및 자동차무역규제를 시도하였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무역정책도 무역법 301조와 슈퍼 301조, 스페셜301조 등 기존 수단을 활용하여 대미 수출을 더욱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뿐 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대미 수출 흑자국에 대한 무분별한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할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자유무역협정, 즉 USMCA에 대한 개정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기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한국은 직접적으로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미 직접 수출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대만이나 베트남이 미국의 보호무역 규제 대상이 되어 대미 수출이 위축되면서 그 영향이 2차적으로 그들 나라에 대한 한국의 수출이 타격받을 수가 있다. 또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서 한국 수출은 3차적으로 감축될 가능성도 있다.
 
(3) 미국으로 생산거점 이전 요구와 국제 주도권 장악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프레임워크(IPEF)도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커졌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여러 재정지원 정책도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 일본, 한국, 대만의 4개국 반도체칩연맹 또한 미국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생산과 투자를 파격적으로 지원하여 촉진하는 바이든의 정책이 강화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의 재정지원 자체를 태생적으로 꺼리는 공화당의 철학으로 볼 때 관세정책이 강화되면 저절로 미국 국내로 생산거점을 옮길 것이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안보 확보를 내세우며 국내 투자와 인재 확보, 타 지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공동 연구개발과 인재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은 높다. 바이오·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미국의 생산능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지식재산권을 한층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먹거리 산업인 IT, AI, 바이오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이 확실한 주도권과 이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국제질서를 잡아갈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생산과 투자, 수출에서 많은 걸림돌에 봉착할 것이므로 미국과 교류, 연대나 합작 투자 등 협력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4) 인플레이션 해결 : 재정지출 억제인가, 기준금리 인상인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정책, 특히 기후변화 대응 지원이나 오바마 케어 3년 연장 조치는 삭감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바이든 정부 때 인플레이션의 단초를 제공한 확장적 재정지출 정책은 폐기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정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지지할지도 불투명하다. 어떤 인플레이션 대책이 나올지 확실하지 않다.
 
(5) 연준 인적 구조 변화와 파월의 거취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연준과 FOMC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가 주목된다. 트럼프에 의해 지명되었던 파월은 파면을 운운할 정도로 갈등을 빚은 적이 있고 또 2024년 9월 트럼프 후보의 분명한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하면서 불편한 관계로 발전되었다. 게다가 트럼프는 연준에 대한 대통령의 간여 권한을 공공연히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월은 2021년 내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ansitory)이라며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실수를 범했고 또 2024년 9월 50bp 인하가 실수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런 점에서 파월의 위상이 매우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준위원 중에도 사임할 위원이 생길지도 모른다. 2017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이념 차이 등으로 1년 이내에 3명(타룰로, 옐런, 피셔)의 민주당원 연준위원이 사임했는데 이번에도 4명의 연준위원 중 사임하는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의 인적 구성의 불확실성은 앞으로 기준금리와 환율, 주식시장에 커다란 암운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6)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달러 강세를 선호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미국 달러가 강세를 띠려면 (A)미국이 금리를 올리거나(내리지 않거나) 아니면 (B)탄탄한 미국 경제를 기반으로 국제금융 자금이 미국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때 가능하다.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거나 올린다면 달러가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경제가 탄탄하여 국제금융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면 달러 강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달러가 강세를 띠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그에 따라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보이면서 미국으로 자금 유입이 증가함과 동시에 달러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
 
3%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들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체감하지 못하면서 집권당에 돌을 던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보이는 경제성장률은 2%로 나쁘지 않지만 실제로 중하류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매우 나쁜 한국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수치상의 경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경제, 그림자 경제가 얼마나 나쁜지에 촉각을 세워야 할 것이다. 특히 양극화에 의해 가려지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철강, 기계, 화학제품 등 미국이 관심을 덜 가지는 전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출의 쏠림 현상도 억제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의 지역균형발전도 동시에 실현하는 방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 지나치게 쏠린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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