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 부수고 들어가."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27일 기소하면서 공소사실에 적시된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다. 공소사실엔 당시 윤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생생하게 담겨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엔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 지시한 발언이 그대로 기재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회 근처에 있던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이)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라고 지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1시 3분께에 다시 이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며 군인들의 국회 투입을 지시했다.
이날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계엄을 모의한 인물로 이번 사태의 2인자로 꼽히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은 포고령과 담화문, 계엄 선포문 등 관련 계엄 문건의 초안을 작성했다고 인정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기소하며 기소장에 당시 윤 대통령과 계엄군이 어떻게 국회를 봉쇄하고 의결 방해를 시도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시경찰청장을 불렀다. 당시 윤 대통령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에게 "조지호에게 포고령에 대해 알려줘라"고 지시 했고, 김 전 장관은 박 총장을 통해 조 청장에게 "국회에 경찰을 증원하고,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윤 대통령은 조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 청장,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지시했다.
또 윤 대통령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도 전화를 걸어 "국회로 이동 중인 헬기가 어디쯤 가고 있냐"고 물은 뒤, 계엄군의 국회투입을 지시했다.
이후에도 재차 곽 사령관에게 전화해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등 유력 정치인 1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은 홍모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여 사령관은 조지호 청장에게 선관위 3곳에 계엄군 진입사실을 알리고, 안보수사요원 100명 지원, 체포대상자 10여명에 대한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국방부 박모 조사본부장에게는 수사관 100명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또 그는 김모 방첩수사단장에겐 "국가수사본부에서 100명, 국방부 조사 본부에서 100명이 오기로 했다, 국방부장관에게 받은 명단인데,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대표 등 14명을 신속하게 체포하여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이 임박하자 김 전 장관의 지시는 더 다급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은 여 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이 3명부터 잡아라"고 지시했고, 여 사령관은 명령을 김모 방첩수사단장에게 전달했다.
또 김 전 장관은 선관위를 점거하고 서버를 반출하기 위해 주요 직원 체포도 시도했다.
이를 위해 김 전 장관은 여 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선관위 장악, 전산자료의 확보를 지시했다. 이후 정보사 병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를 장악하고, 방첩사와 특전사 병력이 선관위 등으로 출동하여 선관위 서버 반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문 정보사령관은 중앙선관위 조직도를 보고 체포·감금할 직원 30여명을 최종적으로 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36명의 정보사 요원들에게 명단을 불러주며 선관위 직원을 포승줄 등으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뒤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