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부진이 예고된 가운데, 내년에도 글로벌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로 인해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는 ESS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통해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8일 증권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모두 4분기 실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ESS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각형 전지 출하 증가폭 제한과 원통형 전지 출하 감소로 인해 부정적인 전망을 받고 있다. 하나증권은 목표 주가를 46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저조한 실적을 반영했다.
SK온은 지난 12개 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약 35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메탈 가격 하락과 평균 판매가격(ASP)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며,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기반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수혜도 감소했다. 특히 ID.4 리콜과 포드 F-150 라이트닝 EV 판매 부진이 미국 공장 가동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수요 둔화와 과잉 설비, 정책 불확실성의 삼중고가 국내 배터리 업체를 짓누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전기차 수요 성장이 더디고,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공급을 늘리고 있다. 또한 차기 트럼프 정부가 친환경정책을 축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시장 성장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6.1%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올해 15.5% 성장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배터리업체들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ESS 판매 확대와 소프트웨어 기반 확보에 나섰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사업 다각화 효과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원가 절감 기술 강화,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향후 몇 년간의 어려움을 견디는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을 신속히 모색하고,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