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내놓은 ‘자회사 신설 및 인력 재배치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조직 개편을 위해 신설되는 자회사 KT OSP와 KT P&M에 전출을 희망하는 직원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다. 이에 KT는 자회사 설립을 위한 최소 인원이 확보되지 않아 긴급하게 직원 설득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날 오후 서부광역본부 내 자회사 전출 대상자를 위한 긴급 미팅을 열었다.
본사 부문장급이 서부지사를 찾아 자회사 전출 대상자를 설득하는 게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KT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서부지사뿐 아니라 다른 주요 지사에도 본사 임원들이 방문했다.
신설 자회사 전출 희망자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자 긴급하게 설득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앞서 AICT 전환 계획과 함께 선로 통신시설 설계와 고객전송 업무를 맡는 자회사 KT OSP와 국사 내 전원시설을 설계 및 유지‧보수하는 자회사 KT P&M 설립을 발표했다. 이후 3780명을 대상으로 2차에 걸쳐 전출 신청을 받았으며 1차는 지난 25일, 2차는 28일 마감했다.
당초 계획은 전출 대상자 3780명 중 3400명을 KT OSP로, 380명을 KT P&M으로 보내 사업 분리와 전문화를 단행한다는 것이었다. KT가 생각한 자회사 설립을 위한 최소 인원은 2700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출을 희망하지 않는 직원은 본사 내에 토털영업TF를 새로 설립하고, 이동통신·인터넷·TV·일반전화와 B2B 상품 영업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KT새노조 집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마감된 1차 신청에서는 895명이 전출을 희망해 자회사로 발령됐다. 2차 신청자는 1차와 비슷한 규모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결과적으로 KT가 추산한 최소 인원과 비교해 1000명가량 부족하다고 내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는 2차 신청 마감에 따른 전출 희망자 자회사 발령도 내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사측과 노동자 간 자회사를 둔 대치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최소 인원에 미달하더라도 자회사 설립을 강행할 것이며, 부족한 인원은 신규 채용으로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대규모 인건비 증가는 물론 비효율적 인력 운영이 발생할 수 있어 업계는 이번 설득작업을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KT가 전출 신청 기간을 연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KT의 업무용 전자서명 앱(APP) '사이니'에는 2차 전출 신청 기한이 이달 28일에서 다음달 4일로 변경됐다.
자회사 설립은 KT의 AICT 전환을 위한 첫 단계다. 인력 재배치 작업이 지연되면 되면 내년 초로 예정된 AX(AI전환) 전문법인 설립 등 여러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자회사 전출 비희망자들이 발령되는 영업TF 규모가 2000여 명에 이르면서 기형적 조직이 탄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KT는 이미 영업인력을 2000여 명 두고 있는데 TF를 통해 2000명이 추가되면서 국내 기업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거대 영업조직을 갖게 된다. 현재까지는 상품 영업 외 구체적인 운영 방안이 나오지 않아 거대 기형조직 출범과 함께 회사의 인력 운영 효율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T 측은 “KT는 전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등 이보다 큰 전국 단위 영업조직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영업TF에 사람이 몰려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회사 전출 신청 기간을 연장할 계획도 없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KT 잔꾀 부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