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환율 리스크로 '셀 코리아'에 나선 외국인들이 KT 주식은 한도소진율을 꽉 채워 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신사업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KT 주식은 1억2346만4189주로, 보유 한도인 1억2349만626주의 99.98%를 채우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정부 밸류업 추진 동력이 흔들리고 환율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에도 KT의 외국인 한도소진율은 15거래일(12월 2~20일) 동안 99.98% 이상이었다. 그중 8거래일은 100%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주식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19.04%에서 18.94%로 1%포인트 줄었다. 주식 수로 환산하면 6141만7444주가 외국인 손을 떠난 것이다.
KT가 AI와 클라우드 관련 신사업을 MS와 공동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악재에 뒤덮인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KT 보유 의지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T는 MS와 협력으로 공공, 민간 클라우드와 AI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앞서 MS와 향후 5년간 AI·클라우드 공동사업을 추진한다는 발표와 함께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인프라 공급 계약을 마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증폭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지난 6월 MS와 AI 및 클라우드 연구개발, 국내 특화 서비스 출시를 위한 협력을 포함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9월 말에는 MS에 4억5000만 달러 상당의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월에는 김영섭 KT 대표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내년 1분기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상용화, 2분기 한국형 AI 모델 개발 완료 계획도 내놨다.
KT가 높은 외국인 한도소진율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KT와 함께 밸류업 관련주로 묶였던 다른 통신주들과도 차이를 보인다. 이달 15거래일 동안 SK텔레콤의 한도소진율은 87.24%에서 86.32%로 0.92%포인트 줄었고, LG유플러스도 72.94%에서 72.87%로 0.07%포인트 감소했다.
이 연구원은 "이동통신 3사 모두 공통적으로 최근 밸류업 공시를 발표했지만, 올해 여름 이후 KT에 유입된 외국인 매수세에는 AI 신사업 추진을 위해 MS와 제휴를 맺었다는 소식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