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단독(이용우 판사)은 최근 월남전 참전유공자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고엽제후유증 환자 적용 배제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를 접촉했고 2010년 고엽제후유증 질병인 '악성종양'(부신암)을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보훈 혜택을 받아왔다. 고엽제는 식물을 인위적으로 말라 죽이는 약제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정글에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다.
미군은 고엽제로 밀림의 초목들을 고사시킴으로써 깊은 삼림이나 산중에 은신 및 매복하던 베트콩의 노출과 식량 보급에 피해를 주려했지만 당시 참전했던 우리 국군과 호주, 뉴질랜드 등의 우방국 군인들에게도 큰 피해를 끼쳤고 참전 군인들은 현재까지도 고엽제 후유증을 겪어오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1993년 A씨가 사기죄로 실형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고, 이후 서울지방보훈청장은 2021년 1월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고엽제법)에 따라 A씨를 보훈 혜택 적용 대상자에서 제외했고 지금까지 지급된 보훈급여도 반납하라고 통지했다.
고엽제법에 따르면 고엽제후유증 환자가 사기죄를 범해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경우 고엽제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모든 지원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두 차례의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결국 보훈급여 반납은 취소됐다. 하지만 보훈 혜택을 여전히 받지 못한 A씨는 국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통해 A씨가 장기간 반성한 점이 참작 된다며 국가가 보훈 혜택을 복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지 2년이 지나면 '뉘우친 정도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다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고엽제법 조항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뉘우친 정도에 대한 판단은 일률적·획일적이 아니라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으로 해야 한다"며 "형사판결이 선고된 지 28년 이상의 긴 시간이 흘렀고 이 기간 A씨는 별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아파트 파견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2020년경 고령으로 일을 그만뒀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며 "살아온 삶의 행적에 의하면 A씨는 형사처벌을 받은 뒤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자숙하는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