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이전을 일주일 남겨 놓은 가운데 증권사들 간 연금 자금 유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400조원가량인 퇴직연금 절반가량이 은행에 있었는데 운용 수익률은 증권사들이 높은 편이라 머니무브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업권별로 확정기여(DC)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증권 4.35%, 보험 4.07%, 은행 3.88%로 나타났다. 10년 평균으로 늘리면 증권 2.81%, 보험 2.71%, 은행 2.61% 순이다.
수익률은 증권업권이 타 업권 대비 높은 편이다. 장기 운용하는 퇴직연금 특성상 수익률 차이가 작더라도 복리 효과가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커진다.
증권사 중 DC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5년 수익률이 5%를 넘긴 곳은 하나증권(6.25%)과 미래에셋증권(5.20%)이다. 같은 기준으로 IRP는 대신증권(5.65%), 신한투자증권(5.26%), 한화투자증권(5.16%), 미래에셋증권(5.10%) 등이 높았다.
높은 수익률에도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는 2인자다. 올해 3분기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400조793억원이다. 이 중 은행 적립금이 210조2811억원으로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다. 보험(93조2654억원)과 증권(96조5328억원)은 나머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지며 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는 31일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은 적립금 사수, 증권업권과 보험업권은 적립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권은 올해 매 분기 3%가넘는 적립금 증가율을 보여온 만큼 자금 유입 기대감이 가장 크다. 보험업권은 분기별로 0%대 늘어나는 데 그쳤고 은행은 1~2%대 증가세를 기록했다.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가 강조되는 분위기도 증권사가 유리하다.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인 은행·보험과 달리 공격적 투자 상품인 실적 배당형(원리금 비보장) 상품 라인업이 더 다양해서다. 연금 가입자 관심이 높은 ETF는 은행 100~140개, 증권사 600~700개로 선택지가 넓다.
퇴직연금 계좌에 ETF를 편입할 때 증권사는 실시간 매수가 가능하지만 은행은 불가능하다. 은행을 통한 ETF 거래는 신탁 형태로 이뤄져 경우에 따라 신탁수수료가 붙는다. 실시간 ETF 매매를 원하는 가입자는 이번에 증권사로 옮기는 게 편하다.
실물이전 서비스를 기회로 본 증권사들은 상품권 지급 등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일임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RA를 활용한 퇴직연금 일임형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지정을 심사 중이다. 심사를 통과한 회사는 IRP를 대상으로 RA 일임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수익률에 민감해지면서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좇고 있다"며 "실물이전을 통해 증권사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