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에 대해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금지 2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법적 리스크 해소로 투자자 매수세가 몰리면서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5만3000원(6.43%) 오른 87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고려아연 주가는 6만5000원(7.89%) 오른 88만9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23일까지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면서 투자자에게 제시한 공개매수가와 차이가 1000원에 불과한 가격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원이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장 후 기각 결정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 장중 하락하던 고려아연이 급반등해 신고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오전 9시 2분 전 거래일 대비 6만3000원(7.65%) 하락한 76만1000원을 기록하는 등 개장 직후 급락했으나 10시 39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가 급등으로 고려아연 시가총액은 18조1568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8조원대에 진입했다. 영풍·MBK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 직전인 지난달 12일 종가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55만6000원, 시가총액은 11조5110억원이었다. 공개매수 전보다 주가는 57.73% 올랐고 코스피 시총 서열은 34위에서 20위로 14단계 상승했다.
고려아연이 지난주 영풍·MBK 연합보다 6만원 더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주가는 전 거래일까지 종가 기준 83만원을 넘지 못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참여 실익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영풍·MBK 연합 측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사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MBK 연합이 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막기 위해 낸 2차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고려아연이 제시한 공개매수가 89만원에 주식을 팔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영풍정밀도 전 거래일 대비 2200원(9.71%) 오른 2만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정밀 주가도 개장 초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법원이 가처분 신청 기각을 결정한 후 반등해 장중 한때 상한가인 2만9400원까지 올랐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목표 지분을 모두 확보해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 측 모두 과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다. 양측은 장내 매수와 우호지분 확보를 통해 의결권 지분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 14일 마감한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38.47%로 늘렸다. 이는 우호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인 33.99%보다 4.48%포인트 많다.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로 취득할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매수 직후 소각될 예정이라 최 회장 측이 이번 공개매수로 확보할 수 있는 추가 지분은 베인캐피털을 통해 얻는 최대 2.5% 우호지분뿐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최대 36.49%로, 영풍·MBK 연합과 지분율 차이는 1.98%포인트로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