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 투자 규모를 늘렸지만 수익은 전년보다 400억원 넘게 줄었다. 투자 운용에 따른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 침체로 증시 부진이 전망되고 있어 은행의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은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에 406조9039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400조2573억원보다 6조6466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수익성은 더 줄었다. 같은 기간 순수익은 5조5949억원에서 5조5537억원으로 412억원 감소했다.
올해 투자 규모 확대에도 순수익이 줄어든 건 증시 부진 등 대외 환경보단 단순 투자 운용에 따른 손실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연초 2600선이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는 올해 상반기 계속 상승했고, 지난 7월 11일엔 2891.35로 2900선을 넘보기도 했다. 그만큼 전체 증시 분위기가 긍정적이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며 증시마저 부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16조6720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월(18조1970억원) 대비 8.4% 줄어든 것이다.
은행권은 이른바 ‘이자 장사’란 비판 때문에 유가증권 투자 규모를 줄이기도 쉽지 않다. 유가증권 투자에 따른 수익은 비이자이익으로 분류해 이자 이익을 대체할 수 있는 경로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5대 은행 전체 영업이익 중 비이자이익 비중은 여전히 6.6%에 그친 반면 이자이익은 역대 최대인 41조3878억원을 냈다.
현재 유가증권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민은행이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은 총 99조1935억원을 유가증권 투자에 활용했다. 하나은행이 90조8776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신한 80조1835억원 △우리 78조9889억원 △농협 63조2141억원 순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건 은행권의 주요 과제 중 하나”라며 “보수적으로 지켜볼 수는 있겠지만 당장에 주요 비이자이익 수단인 유가증권 투자 규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