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시 전 세계적으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의 광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이전보다 더 큰, 더 나은, 더 강력한 아메리칸 드림'을 가져다 주겠다고 공언한 트럼프는 불법 공약자 추방, 중국 등 해외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저금리와 기업 감세를 통한 투자 유치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미국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외교적으로는 고립주의를 취하며 미국 외 국제 문제 개입을 줄이고, 자신의 급진적 공약 실행을 위해 대통령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구상이다.
하지만 유권자, 특히 저학력 블루칼라 유권자들은 이 같은 전문가들의 항변보다는 민생 문제를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트럼프에게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전미자동차노조(UAW)를 비롯한 상당수 노조는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전미트럭운송노조(팀스터스)가 올해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다, 47년 만에 항만 노조 파업이 발생하는 등 노동자 계층의 이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지지율 조사들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비 대졸 유권자 지지율이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 및 2016년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도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해리스 부통령이 블루칼라 노동자 노조들로부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지역에서의 승리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드러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이었던 이 2개 주와 위스콘신주에서 패배한다면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행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민주당 주요 전략가들은 해리스가 블루칼라 유권자 공략을 위해서는 민생 경제 문제를 더욱 실제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의 심각한 양극화 문제를 거론하며 올해 미국 대선을 "약자와 일하는 사람들의 처지가 전면에 등장한 선거"라고 평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 같은 공약을 바탕으로 결국 재집권에 성공하게 된다면 미국,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대중의 인기만을 추종하는 포퓰리즘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제니퍼 맥코이 미국 조지아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최근 싱크탱크 유럽포퓰리즘연구센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스트가 득세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그들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의 승리는 중국,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에서의 권위주의적 정권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1930년 미국 대공황 당시 고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 홀리법이 통과된 후 각국이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국제 무역이 감소하고 대공황이 악화된 것을 지목하며 "대선이 지금 흐름대로 결론이 난다면 장차 미국에서 격렬한 문화전쟁과 주류 교체의 포퓰리즘 광풍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