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베팅 사이트들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점쳤다. 미 억만장자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금융시장이 트럼프의 승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국 지지율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우위를 점하면서 승부는 안갯 속이다.
16일(현지시간) 블록체인 기반 미래 예측 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에 대한 베팅은 58.5%로 해리스 부통령(41.3%)을 15% 넘게 앞서고 있다. 지난 1일까지만 해도 해리스의 당선 확률은 50.2%로 트럼프 48.9% 보다 높았다.
트럼프의 승리 확률은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연설 도중 총격 사건 이후 한 차례 급등했다. 이는 당시 인지력·고령 논란을 겪고 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새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른 해리스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9월 TV토론의 판정승까지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다만 해리스는 최근 흑인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과 경제 정책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춤한 상황이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당선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지난달 TV토론 이후 약화됐던 ‘트럼프 트레이드’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목한 산업으로 투자 흐름이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드러켄밀러는 17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난 12일간 은행 주가나 가상화폐 가격을 볼 때 시장은 트럼프 승리를 매우 확신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설립한 소셜미디어 ‘소셜트루스’의 모회사인 트럼프 미디어의 주가는 이날 15.5% 급등했다. 이는 9월 저점 이후 157%나 폭등한 수치다. 트럼프의 2020년 캠페인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계한 소프트웨어 업체 펀웨어 주가도 이날 17.6% 치솟았다.
친가상화폐론자인 트럼프의 우세가 확인되자 비트코인 가격도 전날보다 11%가량 상승했다. 달러화도 연일 상승세다. 미 달러 가치는 이달 들어 다른 통화 대비 약 3% 올랐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관세와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달러가 단기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의 승리 시 규제 완화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주도 들썩였다. SPDR S&P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4일 이후 약 9% 올랐고, SPDR S&P 지역 은행 ETF는 약 10% 상승했다.
반면 ‘해리스 테마주’인 인베스코 솔라 상장지수펀드(ETF·TAN), 아이셰어즈 클린 에너지 ETF(ICLN)는 이달 들어 각각 13%, 8% 하락했다.
한편 전국 지지율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5%포인트(p)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이날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8~10일 전국의 투표 의향층 유권자 14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9%p)결과에 따르면 해리스는 52%, 트럼프는 4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