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인 여성과 낙태권을 두고 두 후보가 신경전을 벌였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의 아버지”라고 부르며 여성 표심을 공략했다. 이에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기괴하다”며 낙태 이슈를 지렛대로 공세를 이어갔다.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의 ‘포크너 포커스’의 타운홀미팅에서 “나는 IVF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IVF의 아버지”라며 자신이 IVF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전날 조지아주 커밍에서 녹화된 타운홀 미팅의 청중은 모두 여성이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8월 난임 부부를 위한 IVF 시술 관련 모든 비용을 정부나 보험사에서 지불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낙태권에 대해서는 자신이 재임 중에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보수 우위가 된 연방대법원이 2022년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을 소개하면서 이젠 주(州) 차원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낙태권) 문제는 52년 동안, 이 나라를 분열시켰다. 그래서 각 주로 (결정권이) 돌아왔다”며 “(각 주에서) 주민들의 투표가 있을 것이고 그 시스템을 통해 (결정돼)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IVF 찬성 주장에 해리스는 이날 유세차 펜실베이니아로 이동하는 과정에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IVF의 아버지라고 불렀다는 게 굉장히 기이하게 보인다”며 코웃음을 쳤다. 해리스는 “만약 트럼프가 자신을 IVF의 아버지로 부른 것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면 트럼프는 미국 여성 3명 중 1명이 트럼프 낙태금지법 아래 살고 있는 사실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트럼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그가 대법관 3명을 직접 선택하고 그들이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하면서 전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며 “트럼프의 말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연방대법원의 판례 폐기로 보수성향이 강한 남부주에서는 ‘임신 6주후 낙태 금지법’을 제정하는 곳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원정 출산 등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조지아주는 2022년 발생한 28세 여성 앰버 니콜 서먼의 사망 사건이 낙태금지법과 관련된 것이라는 공식 평가를 내려 논란이 됐다. 당시 서먼은 임신 6주가 지난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고, 조지아주의 낙태금지법에 따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낙태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처벌을 두려워한 서먼은 수술을 주저하다가 결국 사망했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낙태 이슈는 경제, 불법이민 등과 함께 3대 쟁점으로 꼽힌다.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이후 대선이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리스는 연방 차원의 낙태권에 대한 입법을 강조하면서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트럼프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경제, 이민 이슈 등에서 유권자에게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는 트럼프는 낙태 문제에서는 열세에 직면해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올해 대선에서 남녀 유권자의 지지 후보가 선명하게 갈려 있으며 이 점이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가장 최근의 NYT·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여성 유권자의 56%, 트럼프는 40%의 지지를 받은 반면 남성 유권자의 53%가 트럼프를, 42%가 해리스를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