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열리는 화웨이의 ‘가을 신제품 발표회’가 비교적 조용히 지나갔다. 지난해에는 자체 개발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메이트60을 ‘깜짝’ 공개한 직후 개최되면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이 아닌 전기차를 출시해 테슬라와의 경쟁을 예고했다. 메이트60 후속작은 11월께 공개될 전망이다.
4900만원대 전기 SUV 출시…“테슬라 모델Y 겨냥”
25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선전에서 가을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치루이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순수전기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즈제 R7’을 공개했다.
위청둥 화웨이 상무이사는 “테슬라의 모델Y는 (중국) 순수전기 SUV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라면서 “즈제 R7의 목표가 바로 모델Y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매우 성의있게 책정했다. 한대를 팔 때마다 3만 위안의 손실을 본다”고 강조했다. 즈제 R7 가격이 모델Y보다 약 1만 위안(약 190만원) 높은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들은 화웨이와 테슬라 간 경쟁 구도를 부각하면서 즈제 R7을 “화웨이판 모델Y”라고 평가했다.
모델Y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화웨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1주일 동안 모델Y를 겨냥한 중국 브랜드 모델은 즈제 R7을 포함해 총 3개가 출시됐다. 지난 19일 출시된 니오 서브 브랜드 온보(러다오)의 ‘L60’,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7X’ 모두 모델Y와 동일한 포지션이다. 가격은 L60이 22만9900위안, 7X가 20만6900위안으로 모두 모델Y 대비 약간 저렴하다.
다만 화웨이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모델Y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델Y가 중국 시장에 출시된 자동차 중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 경쟁이 역대 가장 치열했음에도 모델Y는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중국 시장에서 모델Y의 누적 판매량은 47만대에 달한다. 지난 8월에만 4만5000대가 팔렸다.
안드로이드서 독립한 자체 OS 출시 예고..."메이트60 후속작 11월께 공개"
화웨이는 이날 신제품 발표회에서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하모니(훙멍)의 출시 계획도 공개했다. 하모니의 최신 버전인 ‘하모니 넥스트’는 베타(시험) 버전으로 다음 달 8일 출시될 예정이다.하모니 넥스트는 기존 버전들과 달리 AOSP(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 코드를 완전히 삭제한 ‘순수 혈통’으로 불린다. 즉 안드로이드 OS에서 완전히 독립한다는 뜻이다. 화웨이는 앞서 지난해 말 향후 안드로이드 호환 기능을 완전히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특히 훙멍 넥스트는 메이트60의 후속작인 메이트70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측은 아직 메이트70의 공식 출시일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업계는 11월 중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 스마트폰 핵심 공급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공장 생산라인은 중추절(추석) 전에 양산에 돌입했다”면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11월에 출시를 계획하고 있고,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0월 말에 관련 소식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이트70이 공개된다면 중국의 ‘기술 자립’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증명될 전망이다. 위청둥 이사는 앞서 트리폴드폰 출시회에서 “우리는 미국의 부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전에는 미국의 부품을 많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대폭 줄었고 심지어는 (국산으로) 완전히 대체됐다”면서 “결국 미국의 제재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