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담배소송,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2024-09-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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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미국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국내에 소개되며 대한민국에 정의 열풍을 몰고 온 적이 있다.

    우리나라 흡연자들은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841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전체 약 3조원)을 내고 있고 건보공단은 흡연으로 인해 2022년 한 해에만 3조6000억원이라는 진료비를 지출하였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천문학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는 담배회사는 단 1원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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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사회 최성근 前 회장
경남의사회 최성근 前 회장
10년 전 미국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국내에 소개되며 대한민국에 정의 열풍을 몰고 온 적이 있다.

이 책에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체코 정부의 담배 세금 인상을 막기 위해 흡연의 비용편익 분석 결과를 발표한 사례가 나온다. 흡연이 체코 정부 예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정부는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흡연자들의 사망으로 의료, 연금 등에서 상당한 이익과 예산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분석은 체코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왔고, 필립모리스는 인간의 기본가치를 철저히 무시한 자료임을 시인하고 사죄했다고 한다.
 
10년 전 정의 열풍 속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담배소송 문제의 출발은 원인 제공자인 담배회사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과연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 차원에서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암 사망률 부동의 1위는 폐암이고 이 중 80% 이상이 흡연과 관련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도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흡연 관련 사망자가 2019년 한 해에만 5만8000명이나 된다고 하니 실로 충격적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매달 낸 건강보험료가 흡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진료비로 지출되는 사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막연히 흡연으로 발생하는 질병의 직간접 피해가 심각하고 치료 비용이 많이 지출되는 정도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흡연자들은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841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전체 약 3조원)을 내고 있고 건보공단은 흡연으로 인해 2022년 한 해에만 3조6000억원이라는 진료비를 지출하였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천문학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는 담배회사는 단 1원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
  
외국 사례를 보면 미국은 1998년 46개 주정부와 4개 담배회사 간에 2060억 달러(약 288조원)의 배상액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1998년 캐나다 퀘벡주(州)에서는 폐암 등을 진단받은 110만명이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156억 달러(약 14조원)를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해 2015년 1심 승소 후 2019년 항소심도 승소 판결이 선고되어 치료비 등을 회수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리나라도 담배회사 수익금 중 일부를 흡연피해 치료 비용 등에 사용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하며, 더불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시급하다, 
  
마침 2025년 10월부터 시행되는‘담배의 유해성 관리 법안’에 따라 유해 성분 공개 세부 기준이 마련되면 담배 제조사는 2년마다 유해 성분 함유량 검사 결과를 식약처장에게 제출하고, 식약처장은 담배 품목별 유해 성분 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공단의 담배 소송에 긍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자인 건보공단은 국민건강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만큼 흡연의 폐해를 줄여 나가는 노력들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는 건강보험의 기본적인 활동이 될 것이다.

끝으로 대한민국 개그맨이자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故) 이주일 선생이 생전 금연캠페인을 통해 남긴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흡연자들에게 전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 소송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사회적 정의 실현의 숙제임을 다시 한번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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