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추진해 온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안을 철회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당국의 문제 지적과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29일 각각 긴급이사회를 소집하고 양사 간 포괄적 주식 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다만 두산그룹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은 그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남게 된다.
지난달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을 골자로 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 한 바 있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1대 0.63으로 시장은 두산밥캣의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합병 발표 이후 한 달간 ㈜두산의 기업가치는 30% 넘게 하락했으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도 20% 가까이 떨어졌다.
금융당국에서도 합병비율을 문제 삼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시가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더라도 현행법상 할증·할인을 할 수 있다"면서 "이런 주주의 목소리가 있다면 경영진이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4일과 이달 26일 두산 측이 제출한 분할합병·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 차례 정정을 요구하면서 압박했다.
합병비율에 대한 시장과 당국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두산그룹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합병안에 대한 반발로 기업가치가 급격히 하락했으며, 당국의 제재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합병을 추진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은 철회하지 않으면서 회사를 에너지, 기계, 첨단소재 등 3대 사업을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