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오싹한 공포가 찾아들었다. 7월 중순부터 스멀스멀 흘러내리던 미국 주식시장은 8월 1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하였는데 필자는 그 하락 속도에 그만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S&P 500 지수는 5537.84(8월 1일 시가)에서 5186.33(8월 5일 종가)로 3일 만에 수직 낙하하였다. 아시아에서는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8월 5일 오전 한때 10% 이상 하락하였다. 특정 종목이 아니라 주가지수가 이렇게 하락하는 것을 필자는 이전에 겪어본 적이 없다. 그저 하늘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해죽거리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본 주식시장은 이보다 더했다. 닛케이 225 지수는 8월 5일 하루에만 무려 12.4%나 폭락하였다. 일본 주식시장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폭락사태였다. 도대체 왜 주가는 폭락하였는가? 세계대전이 발발한 것도 아니고 금융시스템이 붕괴한 것도 아니다. 금리를 잔뜩 올려놓은 상태라서 어딘가에 거품이 가득 끼여 있는 것도 아니었다. 코로나가 다시 창궐한 것도 아니고 동시다발적인 대지진이 전 세계를 습격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오싹할 만큼의 자산시장 폭락사태가 그것도 한 국가나 지역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생한 것일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소위 금융계의 전문가들은 사태 발생 이후 여러 가지 원인을 제시하였는데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에 더하여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몰려오면서 이번의 대폭락사태를 촉발하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은 7월 말 금리 인상을 결정한 일본은행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주고 있다. 도대체 일본은행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놓여 있는 상황, 그리고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결정이 초래할 영향을 고려하여 금리를 결정한 것인가? 알고도 그랬다면 만용을 부렸다고 비난할 것이요, 모르고 그랬다면 무능하다고 비아냥거릴 것이다. 일본은행은 졸지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동네북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일본은행이 무모하였든 무능하였든 그것은 이미 지난 일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일본은행이 앞으로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인지 아닌지 여부이다. 우리는 미국의 금리정책을 많이 보았다. 인플레이션이 닥쳐오면 미국은 다른 나라 사정이야 어떻든 자국의 금리를 순식간에 올린다. 신흥국은 환율이 폭등하고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엄청나게 올린다. 당연히 불황이 찾아온다. 신흥국 국민은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고통을 당한다. 그렇지만 미국이 왜 주변국의 이러한 고통을 외면하면서 금리를 올리냐고 따지고 드는 사람들은 별로 보지 못했다. 미국이 그렇게 하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분석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대다수 국가의 반응이다. 일본은행은 자국이 처한 거시경제적 환경 속에서 7월 말 정책금리를 0.25%(단일금리)로 올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이 처한 거시경제적 환경이란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일본은행은 그렇게 판단하였다. 일본은행은 금년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정책금리를 0-0.1%로 인상한 이후 바로 추가적인 금리인상에는 신중하였다. 일본 기업들이 연초의 임금인상 협상에서 실제로 임금을 얼마나 올려주는지를 보고 나서 추가적인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일본은행의 입장이었으며 실제로 임금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7월에 개최된 금융정책결정회합에서 금리의 추가인상을 확정한 것이다. 그리고 회의 이후의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총재는 엔저로 인한 물가상승의 리스크가 크며 향후 데이터를 보면서 필요 시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시장은 이러한 일본은행의 정책결정을 보고 앞으로 미·일 금리차가 줄어들 것이며 따라서 엔캐리 자금의 급격한 청산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대규모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가격 폭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금번의 주가폭락사태가 발생했다고 분석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정말 어느 정도 규모의 엔캐리 자금이 어느 자산시장에서 어떠한 속도로 정리되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모른다. 실제로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그럴 것이라는 우려와 공포로 지레 겁을 먹은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자산시장이 교란되는지 정확한 실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실체가 있는 것이든 실체가 없거나 있어도 별것 아닌 괴담 수준의 것이든 글로벌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며 일본은행이 이러한 영향을 사전에 고려하지 못한 채 정책결정을 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 당국자는 “다소 하락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크게 하락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일본은행은 지난 17년 동안 금리를 올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17년 만의 금융정책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효과를 일본은행 당국자들은 이미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사정이야 어떻든 일본은행은 앞에서 제시한 논리, 즉 엔저로 인해 수입물가가 오르고 그 결과 2% 수준의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물가상승에 이어 임금이 상승하면서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이 확립되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앞으로 계속 금리를 올려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금리 인상이 일본 국내만이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정치적인 요소일 수 있으나 일본은행으로서는 이 점을 앞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행은 미국의 연준이 아니며 다른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의 지속가능성이다. 현재 2%를 넘는 수준의 물가상승과 이를 상회하는 정도의 임금상승을 바탕으로 실질임금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순환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실물경제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수십년간의 저금리 경제에서 기업과 산업의 혁신, 그리고 노동시장의 개혁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달성해 왔는가?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물가상승과 임금상승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과 엔저효과로 인하여 일본의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이것이 일본 국내물가의 상승을 촉발하였다. 국내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임금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현재 그 선순환이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약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미·일 간 금리격차가 축소되며 엔저가 엔고로 전환되면 수입물가의 하락, 기업수익 감소가 나타날 것이고 이는 즉각적으로 물가상승률 하락과 임금인상 여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더구나 미국을 필두로 세계경제가 둔화되는 사이클로 들어서고 있다. 순식간에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 구조가 박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은 어렵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면서 일본은행의 금리정책에 훈수를 두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은행의 향후 금리인상이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에서 필자가 느낀 또 하나의 교훈은 금융정책 당국의 시장과 소통의 중요성이다. 당국자가 생각한 정책의 방향을 신중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시장에 전달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은행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금리를 올려본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그 정책이 초래할 효과에 대해 시장과 별로 소통하지 않고 결론을 내버렸다. 우에다 총재가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7.31)한 후 시장이 폭락하자 이에 당황한 일본은행은 우치다 부총재를 통해 금리인상에 신중(8.7)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갈팡질팡하는 모습 그대로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예측하기 힘들다.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금융정책의 한계도 새삼스럽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2023년 2월 본지 칼럼에서 나 홀로 완화적인 정책을 지속하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완화적인 정책을 아무리 지속한다 하더라도 경제의 근본적 문제의 해결, 즉 혁신, 노동시장 개혁, 생산성 향상 등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며 정부의 재정방만과 일부 자산시장의 팽창에 따른 격차의 확대 등 부작용만을 초래할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이제 그 반대로 긴축적인 정책을 통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경제의 근본적 문제 해결이 바탕을 이루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금리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어느 경제의 실질금리수준(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율)은 그 경제를 구성하는 기업의 수익력과 노동자의 생산성이 좌우한다. 이러한 실질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화폐적 현상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것을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정상화 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성춘 선임연구위원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일본은행이 무모하였든 무능하였든 그것은 이미 지난 일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일본은행이 앞으로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인지 아닌지 여부이다. 우리는 미국의 금리정책을 많이 보았다. 인플레이션이 닥쳐오면 미국은 다른 나라 사정이야 어떻든 자국의 금리를 순식간에 올린다. 신흥국은 환율이 폭등하고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엄청나게 올린다. 당연히 불황이 찾아온다. 신흥국 국민은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고통을 당한다. 그렇지만 미국이 왜 주변국의 이러한 고통을 외면하면서 금리를 올리냐고 따지고 드는 사람들은 별로 보지 못했다. 미국이 그렇게 하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분석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대다수 국가의 반응이다. 일본은행은 자국이 처한 거시경제적 환경 속에서 7월 말 정책금리를 0.25%(단일금리)로 올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이 처한 거시경제적 환경이란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일본은행은 그렇게 판단하였다. 일본은행은 금년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정책금리를 0-0.1%로 인상한 이후 바로 추가적인 금리인상에는 신중하였다. 일본 기업들이 연초의 임금인상 협상에서 실제로 임금을 얼마나 올려주는지를 보고 나서 추가적인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일본은행의 입장이었으며 실제로 임금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7월에 개최된 금융정책결정회합에서 금리의 추가인상을 확정한 것이다. 그리고 회의 이후의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총재는 엔저로 인한 물가상승의 리스크가 크며 향후 데이터를 보면서 필요 시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시장은 이러한 일본은행의 정책결정을 보고 앞으로 미·일 금리차가 줄어들 것이며 따라서 엔캐리 자금의 급격한 청산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대규모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가격 폭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금번의 주가폭락사태가 발생했다고 분석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정말 어느 정도 규모의 엔캐리 자금이 어느 자산시장에서 어떠한 속도로 정리되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모른다. 실제로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그럴 것이라는 우려와 공포로 지레 겁을 먹은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자산시장이 교란되는지 정확한 실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실체가 있는 것이든 실체가 없거나 있어도 별것 아닌 괴담 수준의 것이든 글로벌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며 일본은행이 이러한 영향을 사전에 고려하지 못한 채 정책결정을 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 당국자는 “다소 하락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크게 하락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일본은행은 지난 17년 동안 금리를 올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17년 만의 금융정책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효과를 일본은행 당국자들은 이미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사정이야 어떻든 일본은행은 앞에서 제시한 논리, 즉 엔저로 인해 수입물가가 오르고 그 결과 2% 수준의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물가상승에 이어 임금이 상승하면서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이 확립되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앞으로 계속 금리를 올려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금리 인상이 일본 국내만이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정치적인 요소일 수 있으나 일본은행으로서는 이 점을 앞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행은 미국의 연준이 아니며 다른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의 지속가능성이다. 현재 2%를 넘는 수준의 물가상승과 이를 상회하는 정도의 임금상승을 바탕으로 실질임금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순환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실물경제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수십년간의 저금리 경제에서 기업과 산업의 혁신, 그리고 노동시장의 개혁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달성해 왔는가?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물가상승과 임금상승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과 엔저효과로 인하여 일본의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이것이 일본 국내물가의 상승을 촉발하였다. 국내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임금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현재 그 선순환이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약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미·일 간 금리격차가 축소되며 엔저가 엔고로 전환되면 수입물가의 하락, 기업수익 감소가 나타날 것이고 이는 즉각적으로 물가상승률 하락과 임금인상 여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더구나 미국을 필두로 세계경제가 둔화되는 사이클로 들어서고 있다. 순식간에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 구조가 박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은 어렵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면서 일본은행의 금리정책에 훈수를 두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은행의 향후 금리인상이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에서 필자가 느낀 또 하나의 교훈은 금융정책 당국의 시장과 소통의 중요성이다. 당국자가 생각한 정책의 방향을 신중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시장에 전달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은행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금리를 올려본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그 정책이 초래할 효과에 대해 시장과 별로 소통하지 않고 결론을 내버렸다. 우에다 총재가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7.31)한 후 시장이 폭락하자 이에 당황한 일본은행은 우치다 부총재를 통해 금리인상에 신중(8.7)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갈팡질팡하는 모습 그대로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예측하기 힘들다.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금융정책의 한계도 새삼스럽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2023년 2월 본지 칼럼에서 나 홀로 완화적인 정책을 지속하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완화적인 정책을 아무리 지속한다 하더라도 경제의 근본적 문제의 해결, 즉 혁신, 노동시장 개혁, 생산성 향상 등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며 정부의 재정방만과 일부 자산시장의 팽창에 따른 격차의 확대 등 부작용만을 초래할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이제 그 반대로 긴축적인 정책을 통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경제의 근본적 문제 해결이 바탕을 이루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금리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어느 경제의 실질금리수준(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율)은 그 경제를 구성하는 기업의 수익력과 노동자의 생산성이 좌우한다. 이러한 실질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화폐적 현상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것을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정상화 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성춘 선임연구위원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