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에어인천이 오랜 진통 끝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 기본합의서(MA)를 7일 체결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어섰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글로벌 메가 항공사로 도약하겠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 달성도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다.
이날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후보자인 에어인천과 구속력있는 매각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당초 양측은 지난달까지 계약을 끝낼 예정이었지만 추가 실사 작업이 길어지면서 일주일가량 미뤄져 이날 최종 도장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이날 합의서 체결을 토대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최종 심사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EU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여객 중복 노선에 대한 신규 항공사의 노선 진입 지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 등 2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신규 항공사의 노선 진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도 이번에 완료된 만큼 연내 유럽 경쟁당국(EC), 미국 경쟁당국(DOJ)의 최종 승인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모두 끝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신주인수계약을 거래 종결하고, 화물매각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업계의 오랜 양강 구도를 허물고 세계 10위권 규모의 '메가 캐리어'로 거듭난다. 이는 조원태 회장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이번 합병에 대해 "오랜 시간 많은 고민을 담았던 과정이 마무리되면 우리 모두 역사적인 다음 페이지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통합 항공사를 정성껏 가꿔 대한민국 항공업계 전반에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은 연내 인수합병 관련 절차를 마무리 짓고, 향후 2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두고 통합 작업을 거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APU)가 EU에 에어인천의 인수 적합성 조사를 재요청하는 등 아직 진통은 남아있다.
APU 측은 에어인천으로의 고용 승계를 반대하며, 기업결합이 승인이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에서 파견하는 방식으로 고용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PU는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인수를 감당하지 못해 언제사라질지 모른다"면서 "에어인천으로의 매각을 결사 반대하며, 이번 인수의 부적합성을 철저히 파악해 EU에 제공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7일 올해 2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매출액 4조237억원, 영업이익은 4124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12% 줄어든 수치다. 대한항공 측은 "계절 변화에 따른 노선별 여객 수요 증가와 항공 화물 수요가 늘어나 매출액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