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올해도 재계 순위 6위를 유지했다. 한때 국내 ‘5대 그룹’으로 손꼽히던 롯데는 지난해 포스코에게 ‘재계 5위’ 타이틀을 내준 뒤 현재는 6위 자리에 머물러 있다. 롯데가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사업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롯데지주 등급 전망은 A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롯데케미칼의 등급 전망은 A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 통상 6개월 안에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신용등급 악화 원인으로는 그룹 내 ‘캐시카우’로 통했던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이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부터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까지 1조5356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지난 2022년 7626억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477억원으로 2022년에 비해 손실 규모가 절반가량 줄었지만, 순손익은 2022년 278억원 이익에서 지난해 392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됐다.
실적 부진은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72%로 2022년 말(55.1%) 대비 16.9%p 늘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비율은 17%p 증가한 31.2%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와 자회사 롯데정밀화학 지분 확보에 현금을 투입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유통 계열사도 부진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하이마트·롯데홈쇼핑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매출은 최근 몇년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8년 17조8210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16조1844억원, 2021년 15조5736억원, 2022년 15조476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지난해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5.9% 줄어든 14조5559억원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동빈 롯데 회장은 그룹 핵심 사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인력재편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롯데케미칼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내부 비용 감축에 돌입했다.
롯데 유통 계열사의 점포 정리와 인력 재배치 등도 추진 중이다. 롯데온은 지난달 근속 3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며 롯데면세점도 전 임원 급여 20% 삭감, 전사적 인력 구조조정 등을 단행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사업’ 중심의 고부가 사업 확대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주재한 ‘2024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 참석해 그룹 부진 타개를 위한 ‘가치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AI와 더불어 바이오·메타버스·수소에너지·2차전지 ‘4대 신성장 영역'’으로 주력 사업 교체에 대한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신 회장은 “고객과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그 수단으로 AI(인공지능)를 적극 검토하고 관련된 본원적 전략 과제를 신속히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글로벌 사업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강조하며 올해 상반기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한 인도와 동남아시아 사업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에 힘입어 롯데 식품군 강점을 살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 롯데GRS 모두 글로벌 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웰푸드는 인도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2004년 현지 제과업체인 패리스를 인수해 롯데 인디아를 설립했다.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식물성 초코파이로 현지 시장 1위,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롯데칠성은 소주 순하리와 음료 밀키스 등 브랜드를 내세워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중 롯데칠성 미국 소주 수출액은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연평균 46% 성장했다. 롯데GRS는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의 해외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인다. 롯데GRS는 현재 미얀마·베트남·몽골 등 5개 국가에 진출했으며, 이 중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