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그룹의 ‘티메프’가 무너지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도한 출혈 경쟁의 장기화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기업들의 만성 적자 구조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그룹의 이번 정산 지연 사태가 사실상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이른바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4위로 급부상했지만,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티몬·위메프를 운영하는 큐텐그룹이 비판을 받는 이유도 이 지점에서다. 구영배 대표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플랫폼을 인수하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차별점을 모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티몬과 위메프가 만성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타 플랫폼과 구분되는 특색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결국 경쟁력이 약화해 소비자 이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한 불똥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으로 번지는 중이다. 티몬·위메프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에도 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규모는 227조원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기업들의 속사정은 다르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속적인 적자 구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 대표가 2009년 설립한 G마켓은 신세계그룹이 2021년 기업을 인수한 후 매년 적자를 보이고 있다. SSG닷컴은 2018년 물적분할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이전보다 매출액이 줄어드는 역성장을 보였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은 2020년 출범 이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누적 적자가 5100억원을 넘어섰다. 11번가 역시 2020년 이후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 쿠팡과 초저가 공세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는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기업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지난달 국내 종합몰 앱 순위는 1위 쿠팡(3129만명), 2위 알리익스프레스(837만명), 3위 테무(823만명), 4위 11번가(712만명), 5위 G마켓(497만명) 순이다. 6위는 437만명인 티몬, 7위는 432만명인 위메프가 차지했다.
이번 사태로 티몬과 위메프가 경쟁에서 빠지게 되면 사실상 쿠팡과 C-커머스가 경쟁하는 모양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산 지연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중국 이커머스 쪽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며 “양극화 현상이 고착되면 결국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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