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사퇴함에 따라 3개월여 남은 미국 대선이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됐다. 민주당 측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낙승'을 예견하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막말 공세'로 전환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대선 출사표를 냈다. 그는 "나는 민주당을 단결시키고 미국을 통합시키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어젠다를 물리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인도계인 해리스 부통령은 첫 여성 흑인 부통령이라는 역사를 쓴 가운데 이번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유색 인종 여성으로는 첫 대통령 후보에 오르게 된다. 이에 유색 인종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해리스 대통령은 최근 들어 바이든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금융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사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60%로, 사퇴 전(65%)에 비해 낮아졌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은 38%로 여전히 불리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대선 상황이 바뀌게 되자 한동안 여유만만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은 다시 공세 모드로 돌아섰다. 대체 후보로 50대인 해리스 부통령이 부상하면서 '고령 리스크'는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하게 됐다.
이에 피격 사건 이후 높아진 지지율을 만끽하며 지난주 전당대회에서 국민 통합 메시지를 전하는 등 '대통령다운' 풍모를 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등 다시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그는 이날 미국 CBS와 전화로 인터뷰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우리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됐다"고 말한 데 이어 "그녀(해리스 부통령)는 더 나을 게 없다. 그녀는 훨씬 덜 유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유세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멍청하다'고 하거나 IQ가 70이라는 등 인신공격을 거듭했다.
영국 BBC는 공화당 측이 그동안 민주당 측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숨긴 점과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 개방 정책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집중 공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