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바이든’ 1순위로 거론되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그는 인도계 흑인 혈통이다. 최근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목된 J.D. 밴스의 아내 우샤 밴스 역시 인도계다. 이처럼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인도계 인사들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미 정치권에서 인도계가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인도계 미국인은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 중 가장 많고 정치적으로도 가장 활동적인 그룹"이라고 전했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통계·정책연구를 제공하는 단체 AAPI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 연방 의회에는 인도계 의원 5명이 포진해 있고 각 주 의회에서 활동하는 인도계 정치인도 약 40명에 달한다. 아시아계 그룹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위에서 언급한 해리스, 우샤 외에 트럼프와 겅선에서 맞섰다가 물러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인도계다.
인도 출신 미국인 인구가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1965년 이민법이 개정되면서 부터다. 당시 유럽에 유리했던 국가별 쿼터제가 폐지되면서 미국의 고등 교육을 받기 희망하는 인도인들이 대거 유입됐다.
2000년대 초부터는 인도계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미국에서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도 기술업계의 숙련된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등 고학력 근로자들이 미국 기업에 고용됐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계 중 60%는 2000년 이후에 미국에 온 사람들이다. 인도계가 대부분 엘리트들인 것도 이 점이 크게 작용했다. NYT는 미국 내 아시안들 중에서 인도계가 평균적으로 가장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다고 짚었다.
특히 이민 1세대와 다르게 2세대들은 미국 정치에 대한 참여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대부분은 민주당을 지지했다. 카틱 라마크리슈난 AAPI 설립자는 “적어도 2008년이래 대선에서 아시아계 집단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인 인도계들은 민주당 지지층이었다”면서 “민주당이 다양한 종교와 인종에 더 관대하고, 자신들이 인도에서 중시하는 안전망 정책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력한 민주당 대선후보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 밴스의 아내 우샤 여사의 등장으로 인도계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샤 여사가 인도 출신으로 인도계 표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인도계들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데다 반트럼프 성향이 강하다. 우샤 여사 역시 2014년까지 민주당원으로 등록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반트럼프 성향이었던 밴스가 트럼프의 열렬한 신봉자로 탈바꿈했지만 우샤 여사는 지금도 트럼프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샤 여사는 남편의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에 앞서 진행된 찬조 연설에서 두 단어를 눈에 띄게 빠트렸는데 바로 '도널드'와 '트럼프'였다고 NYT는 짚었다.
다만 민주당에 대한 인도계 지지율도 최근 크게 떨어졌다.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 설문조사는 이번 달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인도계 미국인의 지지는 감소했고, 무당층 비율이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따라서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인도계 미국인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