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오만함이 민주당을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뜨렸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바이든이 미국 대선을 불과 107일 앞두고 대선 후보에서 자진 하차하자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이같이 평했다. 지난달 27일 대선 토론 참패로 ‘후보 교체론’이 불거진 지 약 24일 만의 사퇴이다. 당장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민주당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진으로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격리 중인 바이든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후보에서) 물러나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을 석달여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은 미국 역사상 최초다. 비슷한 경우인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1968년 대선을 약 8개월 앞둔 같은 해 3월에 후보직을 포기했다. 바이든의 후보 사퇴가 미치는 충격의 강도는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바이든의 ‘늦어도 너무 늦은’ 결단이 민주당과 대선을 소용돌이에 내던졌다고 짚었다.
당내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바이든은 그간 “전능하신 하느님만이 나를 설득할 수 있다”면서 완주 의지를 고수했다. 그러나 그의 계속되는 말 실수는 고령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고 칭했고, 같은 날 단독 기자회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혼동하기까지 했다.
잇단 실수에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우군들마저 등을 돌렸다. 더욱이 경쟁자인 트럼프가 총격 피습에도 살아남은 반면 바이든은 코로나19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 악재가 겹쳤다.
민주당의 앞길은 안갯속이다. 내달 19~2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트럼프를 압도할 만한 유력한 잠룡도 없다. 민주당 내 지지가 잇따르는 해리스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뒤처진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며 여유를 보였다.
전라도화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