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건설을 위해 발주사인 EDU II와 단독으로 협상한다.
체코 측은 원전 1기당 사업비가 약 12조원 투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2기 기준으로 24조원 규모다. 계약 금액은 협상을 거쳐 결정되며 최종 계약은 내년 3월께 체결될 예정이다. 한수원은 1000㎿급 대형 원전 설계부터 구매, 건설, 시운전, 핵연료까지 일괄 공급한다.
추가 수주 기회도 있다. 체코 정부는 탈탄소 전략 등에 따라 이번 2기 외에 신규로 2기(테믈린 3·4호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건설 여부가 확정되면 한수원도 수주전에 뛰어들 방침인데 경쟁사보다 유리한 지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팀 코리아'의 강점을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On time, Within Budget)'로 꼽았다. 1970년대 원전 도입 이후 50여 년간 국내외에 원전 36기를 건설한 노하우로 저비용·고효율이라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체코 측이 요구하는 용량 1200㎿ 이하 원전(APR1000·1000㎿)을 보유한 것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당 원자로형은 지난해 3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하며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안 장관은 "공기 내에 계획된 예산에 맞춰 건설하는 능력을 보여준 건 한국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의 검증된 능력이 있다"며 "국내 원전 업계의 시공 능력과 기술력이 개선됐다. 계약을 잘 체결해 충분히 성공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근거지를 마련했다는 의미도 부여했다. 체코와 손잡고 중유럽 제3국에 공동 진출하는 것도 도모할 수 있다. 안 장관은 "잠재력이 큰 유럽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체코와도 기술 협력을 통해 제3시장으로 갈 수 있는 중요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안을 갖고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종 계약까지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2018년 한국전력이 영국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이후 지위를 상실한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당시는 한전이 주도한 사업이었다"며 "우리가 추진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체코 원전 수출을 위한 9분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하며 한수원과 발주사 간 계약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계약 협상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안덕근 장관을 주축으로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도 운영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다음 주 중 첫 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계약 협상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