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버와 AI 노트북 수요 증가로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가격이 오를 전망인 가운데 국내 MLCC 전문 제조업체인 삼성전기의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14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하반기 엔비디아 AI칩 GB200 서버와 암(ARM) 기반 윈도(WoA) AI 노트북 양산에 따라 고용량 MLCC 주문과 출하 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MLCC의 평균판매단가(ASP)도 오를 전망이다.
최근 여러 PC 제조사가 선보인 WoA 노트북은 저전력 설계에도 불구하고 기존 고성능 노트북과 유사한 약 1200개의 MLCC를 탑재했다. 트렌드포스는 "WoA 노트북 당 총 MLCC 비용은 5.5달러에서 6.5달러로 상승해 최종 소매가가 1000달러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MLCC 시장을 이끄는 한국과 일본의 공급업체들이 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MLCC 시장은 일본 무라타, TDK, 다이오 유덴 등과 한국의 삼성전기가 주도 중이다.
MLCC는 전자제품의 회로에서 전류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 PC, 가전 등에 두루 사용된다. 전기자동차에는 약 3만개, AI용 노트북 등에는 1000개 수준의 MLCC가 탑재된다.
삼성전기에서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는 전체 사업부 중 40%(매출 기준)를 차지한다. 특히 MLCC가 회사 영업이익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삼성전기 MLCC 사업은 크게 △스마트폰·노트북 등 IT용 △전장(차량용 전기·전자 장비)용 두 갈래로 나뉜다.
최근 AI 서버를 비롯한 AI 스마트폰·PC의 급부상으로 IT용 고용량·고성능 MLCC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제품들에 탑재되는 반도체 성능이 좋아질수록 (MLCC 같은) 부품의 사양도 높아져야 한다"며 "한국, 중국, 미국 등 주요 고객사들의 신제품 출시 예정에 따라 하반기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MLCC의 평균판매단가는 지난해와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각각 19.6%, 3.5% 하락했다. 이에 삼성전기 실적도 부침을 겪었다. 다만 올해 2분기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MLCC의 수요 증가와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르면서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2084억원(2분기) △2646억원(3분기) △2238억원(4분기)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66%, 43.8%, 102.72%오른 수치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4'에서 "AI 자체가 우리에게 기회"라며 "AI 서버엔 MLCC가 6000~7000개 들어가고, (AI 스마트폰에도) MLCC가 많이 들어가니까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