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 대해 면책 특권을 적용하기로 판결한 것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이제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심판해야 한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1일(이하 현지시간) CNN, NPR 등 외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5분 정도 연설을 갖고 대법원의 면책 특권 적용 판결이 "법치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 왕은 없다. 우리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하다. 아무도 법 위에 있지 않고, 심지어는 미국 대통령도 그렇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대법원) 결정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백악관의 힘은 미국 대법원을 포함, 더 이상 법에 의해 제재받지 않게 될 것이다. (대통령 권한의) 유일한 제한은 대통령 스스로가 제한하는 것 밖에는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미국인들은 법원이 마땅히 했어야 하지만, 하지 못한 것을 해야 한다"며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행동에 대한 심판을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앞서 이날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요청한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사건에 대한 면책 특권 적용 주장과 관련해, 재임 중 공적행위는 형사 기소의 면제를 받아야 한다고 6-3으로 판결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대선 뒤집기 시도 관련 4개 혐의 가운데 법무부 당국자들과 대선 후 진행한 논의에 대해서는 면책이 적용된다고 봤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와 관련한 재판은 11월 대선 전에 열릴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졌다. 대법원은 2일부터 하계 휴정기를 가진 후 10월 첫째 주에 재개정하는 데다가,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항고할 가능성이 커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법무부 장관에 공소 취하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판결이 나온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한 큰 승리다. 미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할 것을 압박한 점,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한 행동 등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 적용 사안인지 여부를 하급 법원이 판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열린 TV 토론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정신적, 인지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층의 응원을 기반으로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